EPL서 ‘기’ 세우는 ‘성용’… 17R 베스트 11 뽑혀

입력 2014-12-25 02:28

“태극전사들 모두 기성용(25·스완지시티)만 같아라.”

울리 슈틸리케(60·독일)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의 바람이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선정 17라운드 베스트 11에 이름도 올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이 내년 1월 9일 호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키 맨’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기성용은 24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에 발표된 2014-2015시즌 17라운드 베스트 11로 뽑혔다. 4-4-2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한 베스트 11에서 기성용은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와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차지했다. 기성용은 지난 21일 헐시티와의 1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전반 15분 결승골이자 시즌 3호 골을 터뜨려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기성용은 각종 기록을 바탕으로 순위를 매기는 ‘프리미어리그 선수 랭킹’에서 지난 라운드보다 14계단 상승한 36위에 자리했다. 팀 내 입지도 한층 탄탄해졌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가 치른 열일곱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세 골을 넣었다. 패스성공률 90.3%로 17경기를 모두 소화한 선수들 중에선 존 테리(91%·첼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또 경기당 평균 태클 1.8회, 가로채기 2.8회, 공중볼 쟁취 2.4회를 기록 중이다. 공격력뿐만 아니라 수비력도 부쩍 향상됐음을 보여 주는 수치다.

게리 몽크 스완지시티 감독은 최근 지역 일간지 ‘사우스 웨일스 이브닝 포스트’를 통해 “기성용이 처음 스완지시티에 왔던 2012년에 펼친 활약은 사실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 시즌 훌륭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팀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한다”고 칭찬했다.

기성용은 7승4무6패로 리그 8위인 팀의 핵심 전력이다.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스완지시티는 대한축구협회에 요청해 기성용의 대표팀 합류 날짜를 늦췄다. 기성용은 다음달 2일 퀸스파크레인저스와 19라운드를 치른 뒤 합류한다.

아시안컵 정상을 노리는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선수들의 멀티 플레이 능력이다. 슈티리케 감독은 지난 22일 아시안컵에 출전할 23인 최종명단을 발표하며 “(아시안컵처럼 단기전에서) 멀티 플레이어 존재 여부는 상당히 중요하다”며 “기성용은 더 수비적으로 혹은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구자철(25·마인츠)이 부진함에 따라 아시안컵에서 기성용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성용은 지난해 ‘SNS 파문’으로 시련을 겪은 이후 성숙해진 모습이다. 지난 10월 두 차례 평가전에선 대표팀 주장을 맡아 리더십도 보였다. 영국 매체들은 기성용이 아시안컵에서도 주장 완장을 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