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룻은 과연 신데렐라일까

입력 2014-12-25 02:43

2003년 미국에서는 리얼리티 쇼 ‘백만장자 조’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됐습니다. 잘생겼지만 가난한 불도저 기사를 교육시킨 후 아름다운 성을 소유하고 있고, 5000만 달러를 상속받을 프랑스 귀족으로 위장시킵니다. 방송국은 이 부유한 귀족과 결혼하고 싶은 프랑스 여성들을 모읍니다. 그가 가짜인 줄도 모르고 수많은 여성들이 지원했습니다. 백만장자와 결혼해 인생을 바꿔 보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꿈인 것 같습니다.

룻기를 이러한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멸시와 천대를 받던 룻이 백마 탄 왕자와 같은 보아스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정말 룻기는 신데렐라 이야기일까요. 룻이 처음 보아스를 만난 후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이야기했을 때, 나오미는 보아스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보아스는 베들레헴에서 마음씨 착하기로 소문난 부자요 ‘기업 무를 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기업 무를 자란 자신의 집의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보아스는 나오미와 룻에게 백마 탄 기사가 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습니다. 나오미는 룻과 보아스가 맺어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보입니다. 보아스는 룻에게 “내 추수를 다 마치기까지 너는 내 소년들에게 가까이 있으라”(룻 2:21)고 말합니다. 그런데 나오미는 소년이라는 말을 바꾸어 버립니다. “내 딸아 너는 그의 소녀들과 함께 나가고 다른 밭에서 사람을 만나지 아니하는 것이 좋으니라.”(룻 2:22) 보아스는 소년이라고 했지만 나오미는 소녀로 바꾸어 버립니다. 왜 그랬을까요. 소년들과 함께 있다가 자칫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나면 보아스와 결혼하는데 지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나오미에게는 백만장자 보아스와 자기 며느리를 결혼시키기 위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세속적인 사고방식입니다.

그럼 기독교적 사고방식은 무엇일까요. 나오미가 의식하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본문 20절에 나오는 나오미 말 중에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하나님)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에게 은혜 베풀기를 그치지 아니하도다.” 죽은 자에게 은혜를 베푸신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잊고 있는 진리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고난당하는 사람의 하나님, 순교자의 하나님입니다. 기독교에서 순교는 최고의 영광입니다. 순교는 죽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자의 모습입니다. 사단은 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주겠다고 유혹합니다. 동시에 모든 부귀와 영화, 생명까지도 빼앗아 가겠다고 협박합니다. 참된 신앙인은 사단의 두 가지 시험 앞에 무릎 꿇지 않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그러한 시험 앞에 굴복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성경을 보면서도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룻기가 가르치는 것은 일확천금의 꿈이나 백만장자를 만난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산 자와 죽은 자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특별히 죽은 자와 같은 룻과 나오미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살피십니다. 오늘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는 줄 압니다. 하나님은 성공자의 하나님이 아니라 쓰러지고 넘어져서 가슴을 치고 있는 사람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 하나님입니다.

배경락 목사(서울 서북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