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가 저물고 을미년(乙未年) ‘양의 해’가 수평선 아래서 2015년을 준비하고 하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새해 첫날에 섬을 제외한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울산 간절곶으로 오전 7시31분22초에 수평선을 뚫고 떠오르는 해를 만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남 진도를 비롯해 바다를 품은 지방자치단체들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31일부터 새해 첫날까지 다채로운 해맞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동해안 해맞이 명소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까지 770㎞ 길이의 해파랑길과 7번 국도를 비롯한 동해안 해안도로는 곳곳이 해맞이 명소이다. 동해의 해돋이는 수평선을 수놓은 고기잡이배의 어화를 비롯해 아담한 항구와 포구, 그리고 갈매기와 등대가 어우러져 더욱 낭만적이다.
동해안 최북단의 해맞이 명소는 고성 통일전망대이다. 금강산을 비롯해 북녘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통일전망대에서는 새해 1일 새벽에 통일 기원 해맞이축제가 열린다. 대진등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금강산콘도와 거진항, 그리고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로 유명한 화진포는 고성을 대표하는 해맞이 포인트이다. 공현진해변에서 만나는 옵바위 해돋이도 인상적이다.
속초해변에서 해맞이 축제를 개최하는 속초는 파도가 절벽에 부딪칠 때마다 거문고 소리가 난다는 동명항의 영금정을 비롯해 영랑호와 청초호를 배경으로 한 해돋이가 황홀하다. 양양의 하조대는 기암절벽과 노송이 어우러진 육각정으로 절벽에 뿌리를 내린 노송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일품이다. 양양군은 낙산사와 낙산해변에서 소망풍선 날리기 등 해맞이 행사를 개최한다.
강릉은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유명한 정동진의 해돋이가 환상적이다. 해맞이 축제는 경포해변에서 열린다. 동해시는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 화면으로 유명한 추암해변과 오토캠핑장으로 유명한 망상해변에서 해맞이 축제를 선보인다. 해안선이 긴 삼척은 임원항, 남애포항, 삼척해변에서 해맞이 축제를 개최한다.
경북 울진군은 7번국도와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진 한적한 해변과 죽변항, 그리고 관동팔경 중 하나로 해맞이축제가 열리는 망양정과 망양해변에서의 해돋이가 웅장하다. 영덕대게로 유명한 영덕군은 강구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50㎞ 길이의 영덕블루로드 전체가 해맞이 포인트. 24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영덕풍력발전단지와 해맞이 축제가 열리는 삼사해상공원은 영덕을 대표하는 해맞이 명소다.
한민족 해맞이 축전이 열리는 포항 호미곶은 ‘상생의 손’ 엄지와 검지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역동적이다. 경주의 해돋이 명소는 감포의 전촌해변과 수증릉으로 유명한 양북의 문무대왕릉이다. 특히 문무대왕의 호국혼이 깃든 수증릉은 해 뜰 무렵 갈매기들이 음표처럼 날아다녀 해돋이를 더욱 황홀하게 한다.
매년 해맞이 축제가 열리는 울산 간절곶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 5m 높이의 소망우체통과 간절곶등대가 인상적이다. 울기등대와 울창한 송림, 그리고 독특한 모양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대왕암도 울산을 대표하는 해돋이 포인트. 용두산공원과 해운대해변에서 해맞이 축제를 개최하는 부산은 기장의 테마등대를 비롯해 동백섬, 광안리해변, 황령산 봉수대, 태종대, 송도해변 등 해돋이 명소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즐비하다.
◇남해안 해맞이 명소
부산에서 목포까지 수많은 섬을 품고 있는 남해안에도 해돋이 감상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장승포 몽돌개에서 해맞이 축제를 개최하는 경남 거제시는 해금강의 사자바위 사이로 뜨는 해와 여차몽돌해변과 학동몽돌해변의 해돋이, 그리고 대·소병대도를 배경으로 한 여차홍포 전망도로에서의 해돋이가 웅장하다.
망일봉 이순신공원에서 새해 해맞이 축제를 여는 통영은 달아공원의 해돋이가 대표적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르면 한산도를 비롯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들을 배경으로 한 해돋이가 연하장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사천과 남해는 해안선이 단조로워 동쪽 해안 모두가 해돋이 명소로 사천 삼천포대교와 남해의 금산 보리암에서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새해 첫날 해맞이축제가 열리는 전남 여수의 향일암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남해안 최고의 해돋이 명소. 이밖에도 남해안에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 위치한 순천 등에 해돋이 명소가 많다. 장흥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지인 남포마을 소등섬과 해맞이축제가 열리는 관산읍의 정남진전망대에서의 해돋이가 인상적이다. 외나로도 우주센터와 가까운 고흥의 남열해변도 해맞이 축제가 열리는 명소로 다도해를 뒤덮은 구름이 나로호의 화염처럼 장관을 연출한다.
이밖에도 남해안에서 해맞이 축제가 열리는 곳은 강진 고바우공원 전망대, 완도의 완도타워, 해남 땅끝마을, 진도의 녹진전망대와 첨찰산 등으로 수평선에 점점이 떠있는 섬 사이로 솟는 해돋이가 장관이다. 15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진도 조도군도도 해돋이 명소로 도리산 전망대에 오르면 360도 파노라마로 섬이 펼쳐진다. 목포에서는 선상 해맞이축제가 열린다.
◇서해안 해맞이 명소
리아스식 해안과 갯벌이 발달한 서해안에서도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서해안 최고의 해돋이 포인트는 1004개의 유인도와 무인도로 이루어진 신안군이다. 홍도, 흑산도, 비금도, 자은도 등 섬 곳곳에서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충남 서천의 마량포구는 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와 남쪽으로 꼬리를 흔드는 듯한 지형 덕분에 섬을 제외한 서해안 육지에서 해돋이를 감상하는 특이한 곳이다. 물론 같은 장소에서 서쪽으로 지는 해넘이도 함께 볼 수 있다. 서천군은 31일 해넘이 축제와 함께 새해 첫날 해돋이 축제도 개최한다.
태안반도에도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세 곳이나 있다. 안면도의 영목항과 안면암은 동해처럼 장엄하지는 하지만 바다와 갯벌을 붉게 채색하는 해돋이가 서정적이다. 이름조차 다정하고 낭만적인 근흥면의 연포(戀浦)해변에서는 새해 첫날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당진의 왜목마을도 해돋이와 해넘이를 한곳에서 감상하는 특이한 곳이다. 석문산 정상에 오르면 장고항 용무치와 화성시 국화도 사이에서 짙은 황토빛의 해가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모습으로 새해를 알린다. 이곳에서도 새해 첫날 달집태우기 등 풍성한 해돋이 축제가 진행된다.
◇설산 해맞이 명소
설산에서 맞는 해돋이도 바다 못지않게 장엄하다. 비록 새벽에 산을 오르는 수고가 따르지만 주목나무에 눈꽃과 상고대가 피고 산봉우리 사이로 운해라도 깔리면 시시각각 변하는 해돋이 풍경이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 황홀하다.
강원도 태백의 태백산은 굽이치는 능선에서 마주하는 장엄한 해돋이와 동틀 무렵 장관을 이루는 눈꽃과 상고대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유일사에서 태백산 정상까지 3시간 남짓으로 능선이 부드러워 겨울철 트레킹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전북 무주군의 덕유산은 설원으로 변한 향적봉에서 맞는 해돋이가 인상적이다. 무주덕유산리조트는 정상에서 새해 일출을 보도록 관광곤돌라를 1일 새벽 6시부터 운행한다. 곤돌라를 타고 15분 만에 설천봉(1520m)에 올라 20분쯤 걸으면 상고대가 멋스런 향적봉에서 해를 맞을 수 있다.
지리산의 노고단도 해돋이가 감동적인 곳으로 구례에서 성삼재까지 자동차로 이동한 후 30분 정도만 걸으면 노고단 정상에서 해를 맞을 수 있다. 특히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연봉의 운해를 뚫고 솟아오르는 해가 가슴 벅차다.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해가 솟는다, 희망이 솟는다
입력 2014-12-25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