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타고 ‘무진장’ 설원을 달린다

입력 2014-12-25 02:35
전북 장수의 장수승마체험장에 설치된 ‘트로이의 목마’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수가 말을 달리고 있다.
초보자를 위해 설치된 장수승마체험장의 원형 실외마장에서 기수가 승마 시범을 보이고 있다.
논개 생가가 위치한 주촌민속마을.
‘트로이의 목마’가 한국에도 있다?

장안산 팔공산 덕태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준령에 둘러싸인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 들어서면야산 중턱에 우뚝 솟은 거대한 조형물 하나가 눈길을 끈다. 호머의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목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얀 눈을 뒤집어 쓴 ‘트로이의 목마’는 높이 15m로 영화 ‘트로이’에 등장하는 목마를 그대로 재현했다.

전망대를 겸한 목마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비디오 화면을 보면서 승마체험을 할 수 있도록 두 마리의 목마가 설치되어 있다. 말고삐로 버튼을 칠 때마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목마는 운동효과도 상당해 10분 정도만 타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 이곳에서 달팽이 모양의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목마 머리에 설치된 전망대가 나온다. 좌우에 설치된 대형 전망창을 통해 보이는 장수의 설경이 장쾌하다.

장수군에 ‘트로이의 목마’가 설치된 까닭은 ‘승마의 고장’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이다. 내륙의 오지로 불리는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에서도 장수는 가장 낙후된 고장이다. 사과와 한우 외에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는 장수는 2003년 한국마사회의 경주마육성농장을 유치하면서 말(馬) 산업에 뛰어들었다. 2007년에 국제승마대회를 치를 수 있는 장수승마장을 완공했고, 2010년에는 3만1300㎡ 규모의 승마체험장도 개장했다. 이어 2011년에는 정부의 ‘말 레저문화 특구’로 지정되면서 승마문화 대중화의 전진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겨울 칼바람을 가르며 말을 달리는 기분은 영화의 주인공처럼 호쾌하다. 승용마 관상마 등 24마리의 말을 보유한 장수승마체험장은 원형의 실외마장과 외승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초보자의 경우 원형의 실외마장을 돌면서 승마기술을 익힌다. 원형의 실외마장은 지붕이 설치돼 있어 폭설이 쏟아져도 승마를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기수 출신 민용기 교관은 “승마는 전신운동으로 뱃살과 허벅지살이 빠지는데 효과가 크다”며 “최근에는 비만자들이 살을 빼기 위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승마는 남성의 경우 전립선과 허리통증에, 여성은 혈액순환과 변비에 좋단다. 민 교관은 “상체의 힘을 뺀 후 말의 움직임에 리듬을 맞추면 누구나 손쉽게 승마를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천천면 월곡리에 위치한 장수승마장에서도 승마체험을 할 수 있다. 실내마장과 실외마장 등으로 이루어진 16만6600㎡ 규모의 장수승마장에는 13마리의 승용마가 준비되어 있다. 장수승마체험장에서 장수승마장까지 10㎞ 구간에 설치된 장수승마로드는 자신의 말을 가지고 있는 회원이 이용하는 외승코스로 지난 8월 첫선을 보였다. 코스가 길고 급경사 구간과 코너 구간이 많아 숙련된 승마인이 즐기기에 좋다. 잔디로 포장된 장수승마로드는 이따금 트레킹 코스로도 개방된다.

승마체험장 이용료는 30분 기준 어른 2만5000원(단체 1만7000원), 청소년 1만8000원(단체 1만2000원), 어린이 1만2000원(단체 8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그리고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은 휴장한다(장수승마체험장 063-350-2579). 주말에는 승마체험객이 줄을 서므로 신청을 한 후 장수읍내의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장수 영화관은 입장료가 5000원으로 저렴하지만 엄연한 개봉관이다.

장수는 논개가 태어난 고장이기도 하다. 장수사람들의 논개사랑은 유별나 장수를 ‘논개골’로 부르고 논개를 ‘논개님’으로 존칭한다. 장수읍내에는 논개의 비를 모신 논개사당이 위치하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경주마육성농장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주촌민속마을에는 논개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장계면 주촌민속마을 입구에는 논개가 사용하던 우물과 생가터가 남아있었는데 1986년 대곡호가 들어서면서 수몰되자 2000년 주촌민속마을에 논개 생가를 복원했다.

백두대간 덕운봉 아래에 위치한 주촌민속마을은 첩첩산골로 4월 초까지 눈이 녹지 않는 마을이다. 황토로 단장한 20여 가구가 처마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주촌민속마을에는 민박집도 몇 채가 있어 한겨울 지글지글 끓는 황토방에서 하룻밤 묵어가기에 좋다. 장수읍내에는 장수한우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많다.

장수=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