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오랫동안 국회에 묶여 있던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킴에 따라 ‘9·1대책’ 약발이 떨어지던 부동산 시장에 다시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수혜 대상이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에 국한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 훈풍 부나=여야는 23일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를 탄력 적용하는 내용으로 주택법을 개정키로 했다. 이 개정안은 2012년 9월 발의됐지만 야당 반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이번 합의로 2년3개월여 만에 매듭이 지어짐에 따라 앞으로 건설업체는 분양가를 올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구매력 높은 수요층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저렴한 주택이나 미분양 주택의 매매도 자연스레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입주 후 내부 인테리어 등에 사용하던 비용도 연간 6143억원 정도 절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연말까지 유예됐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2017년까지 3년간 유예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폐지를 주장했지만 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3년 유예로 수위가 낮춰졌다. 이로 인해 재건축 사업단지 정비사업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아파트 재건축 사업으로 3000만원 이상 이익을 봤을 때 그 이익의 일부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환수하는 제도로 재건축 사업 추진을 저해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562개 재건축 사업장 중 347개 구역(61.7%)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대상이었다. 국토부는 이 중 62개 구역, 4만 가구 정도가 유예에 따른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시장이 활성화되면 그 여파가 일반 매매시장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재건축 조합원이 현재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했더라도 한 채만 분양받을 수 있었던 것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개정, 3채까지 분양받을 수 있게 완화키로 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재건축 단지 미분양 우려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조합원이 많은 주택을 분양받은 뒤 전·월세로 전환할 경우 민간 임대주택이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여야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주택 수요자들의 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서 내년 봄 이후 시장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에만 수혜 집중?=전문가들은 강남권 아파트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주택시장까지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강남 분양가가 상승하면서 수요자들이 다른 지역에 집을 사겠다고 나선다면 기존 매매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3법이 처리돼도 ‘급한 불’을 끄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완화됐어도 이미 얼어붙은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쉽게 분양가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이미 유예가 이뤄지고 있어 당장은 달라질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다만 장기적인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주택 수요자들이 돈이 없어 집을 사지 못하는 현실에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대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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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쏠린 강남 재건축 온기 돌 듯… 윗목 데울진 미지수
입력 2014-12-24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