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 버저가 울렸을 때 전광판엔 국내 프로농구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스코어가 새겨져 있었다. 46대 100. 서울 삼성이 인천 전자랜드에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를 당했다. 삼성 선수들은 수준 이하의 플레이를 펼쳤다. 투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명문구단 삼성의 치욕스런 경기에 관중은 크게 실망했다.
삼성은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정규리그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54점 차로 완패했다. 이로써 올 시즌 7승23패로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삼성은 역대 최다 점수 차로 패하는 망신까지 당했다. 이전까지는 지난해 10월 15일 울산 모비스가 전주 KCC를 101대 58, 43점 차로 꺾은 게 최다 점수 차 기록이었다. 전자랜드는 14승14패로 5할 승률을 맞췄다.
삼성은 1쿼터에만 김지완에게 12점을 허용하는 등 전반을 26-43으로 뒤졌다. 대재앙은 3쿼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성은 쿼터 시작 5분 가까이 지날 때까지 2득점에 머무르는 대신 전자랜드에게 무차별 폭격을 당했다. 3쿼터가 끝났을 때 점수는 33-70으로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삼성은 3쿼터 후반부터 경기를 포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점수를 좁히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할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를 크게 앞서는 전자랜드 선수들이 더욱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했다.
이상민(사진) 삼성 감독도 4쿼터에는 작전시간을 단 한 번 요청하는 등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 이마저 상대 파울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부른 것이었다. 결국 경기 종료 1분 11초를 남기고는 전자랜드 차바위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키자 전광판 스코어는 100대 46으로 바뀌었다.
삼성은 올 시즌 국내 선수들이 기대 이하의 기량을 선보이며 무너지고 있다.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즈와 신인 김준일만 제 몫을 하고 있다. 실제 한 때 수준급 기량을 선보였던 주장 이정석은 퇴보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날 경기에서도 무득점에 그쳤다. 혼혈 선수 이동준은 단 2점에 머물렀다. 2008년 데뷔 후 무려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슛의 정확도와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제자리걸음이다.
이 감독은 “내가 많이 부족했다.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게임이 안 나올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농구 역대 최다 ‘54점 차’ 패배 삼성, 실력·투지·작전 없는 3無 ‘굴욕’
입력 2014-12-24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