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해산된 통합진보당 재산 환수를 위해 가압류를 신청했지만 법원이 되돌려 보냈다. 법원은 ‘가처분’을 신청해야 하는데 ‘가압류’를 신청했다고 판단했다. 통진당 재산 환수가 다소 지연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3단독 김진현 부장판사는 23일 선관위가 통진당 중앙당 등의 예금채권을 대상으로 낸 가압류 사건 심문에서 “이번 사건은 가압류가 아니라 처분금지 가처분을 내야 하는 사안”이라며 보정을 명령했다. 보정 명령은 대리인이 낸 소송에 하자가 있을 경우 법원이 수정을 명하는 것이다. 선관위가 법원의 보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압류 신청이 각하될 수 있다. 선관위 측 대리인은 이날 심문 직후 “법원 명령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선관위가 절차를 빨리 진행하려면 가압류 신청을 전부 취하하고 새로 가처분을 내는 게 맞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 통진당 서울시당, 진보정책연구원, 김재연 이석기 이상규 전 의원의 예금채권 등에 대한 가압류도 신청한 상태다.
가압류 신청은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받아 낼 금액(채권)이 특정돼야 제기할 수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경우 정부는 세월호 사고에 따른 구상금 채권 4031억원을 사고 책임자들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보고 가압류를 냈다.
반면 정당해산 사건의 경우 정부는 통진당 잔여 재산을 환수하는 것이지 특정 금액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가압류보다는 잔여 재산을 통진당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이 법리적으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에서 착오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해산 정당 재산 환수 처음이라… 선관위 예금채권 가압류 신청내자, 법원 “가처분 신청하라” 돌려보내
입력 2014-12-24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