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평가] 한강·금강 수질 개선 효과… 일부 洑는 엉뚱한 곳 건설

입력 2014-12-24 03:57 수정 2014-12-24 20:33

국무총리실 소속 민간위원회인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이하 조사위)가 23일 1년4개월간 집중 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조사결과의 결론은 “4대강 사업이 홍수예방·수자원확보·수환경개선·하천문화공간 창출이라는 추진 목적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표 기자회견 도중 진행된 쟁점사항 질의응답 과정에선 “세부조사를 더 해야 한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자료가 없어서 확인 못했다”는 등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보 구조물의 안전문제, 수질·생태계 문제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사회적 갈등을 진정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큰 틀에선 보 구조물 안전”=조사위는 “6개 보에서 누수·용출 현상이 발견됐지만 보 전체 구조물의 붕괴로 이어질 만큼 위협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상세조사 후 보수방안을 마련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누수·용출 현상의 원인이 가장 큰 쟁점이 됐다. 이광열 조사위원은 “수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발생했을 수도 있고, 보 주변 제방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침투해 솟아오르는 것일 수도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세부조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 방청석에 있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토목공학과) 교수가 “조사위 초안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초안에는 파이핑 현상으로 적시해놓고 최종 보고서에서 누수·용출 현상으로 의미를 축소했다”고 반박했다. 파이핑(Piping) 현상이란 보 상류의 물이 하천 바닥 아래를 관통하면서 마치 파이프처럼 물길을 형성한 뒤 보 하류 쪽으로 흐르는 것이다. 박 교수는 “파이핑 현상이 아니고서는 누수·용출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보 구조물의 안전성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배덕효 조사위원장은 “보 안전성은 파이핑 현상 말고도 여러 요인을 종합평가해야 한다”이라고 잘라 말했다.

◇수질 악화에 영향 미쳤나=조사위는 한강·낙동강·금강에서는 대체로 수질이 향상됐지만 낙동강 상류지역과 영산강에선 식물플랑크톤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보와 준설에 의해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수질을 악화시켰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낙동강 녹조현상이 심해진 것도 강수량이 적고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었던 데다 높은 기온과 일사량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는 설명도 했다. 하지만 조사위는 “남조류 같은 녹조현상의 경우 조류경보제, 정수장의 처리대책이 적절히 수립돼 시행되고 있다”며 “정수 처리된 수돗물에서는 남조류 독소로 인한 위해성이 없을 것”이라고 적시했다. 일부 부작용은 있지만 환경·수질 측면에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다만 주기재 조사위원은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 사업 후 급증한 것은 보를 빼고선 설명하기 어렵다”며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벌레가 서식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4대강 내 생태공원(하천)도 생태계 복원에 대한 고민 없이 획일적으로 조성돼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홍수저감·수자원 확보 효과 있었다”=조사위는 16개 보의 위치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과거 최대가뭄 발생 시 용수부족 지역과 4대강 사업으로 가용수량이 늘어난 지역이 불일치한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조사위는 보의 위치 선정 기준 및 과정과 관련, “국토부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아보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정작 물이 필요한 지역이 아니라 별다른 근거 없이 보 위치가 선정됐을 수 있다는 조사결과인 셈이다. 다만 조사위는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수량은 본류 중심의 가뭄발생 지역에는 활용이 가능하다”며 “하천 유지에 필요한 최소 유량 증가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언급했다. 홍수저감 효과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4대강 사업 구간에서 사업 전에 비해 홍수피해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주변 저지대 홍수위험도가 해소된 지역은 8.6%, 경감된 지역은 85.1%”라고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 방청석에서는 “댐이 아닌 보 자체로는 홍수조절 능력이 크게 없다”는 반박이 터져 나왔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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