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크렘린과 손 잡았다 ‘뭇매’

입력 2014-12-24 02:32

러시아 당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38·사진)를 지지하는 웹페이지의 접속을 차단하게 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러시아에 협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변호사 출신의 유명 블로거인 나발니는 2011년 총선 이후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을 규탄하는 시위를 이끌며 반(反)푸틴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그런 그에게 러시아 검찰은 지난 19일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의 러시아지사로부터 2700만 루블(약 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구형했다. 나발니는 통신 접속이 제한되고 실질적인 가택 연금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그의 지지자들은 그에 대한 평결이 내려지는 다음 달 15일까지 그를 구명하기 위해 페이스북 웹페이지를 개설했다. 해당 웹페이지에는 1만2000여명이 구명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러시아 당국은 페이스북에 해당 페이지의 접속 차단을 요청했고 페이스북이 이를 수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나발니와 그의 지지자들은 즉각 “페이스북이 크렘린의 요청에 이처럼 신속하게 호응해 매우 놀랍고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반정부 운동을 해왔던 이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램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도 자신의 트위터에 “페이스북은 배짱도 없고 원칙도 없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NYT는 “그동안 러시아 진출을 모색했지만 번번이 규제에 발목 잡혔던 페이스북이 러시아 당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접속 차단 요청에 신속히 호응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운영하는 회사나 독자 수가 3000명이 넘는 파워블로거는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한 인터넷 사업가는 “페이스북이 굴복함으로써 다른 SNS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목소리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페이스북이 아닌 다른 곳에 지지 웹페이지를 개설했다.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