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의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밀에 수출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어서 ‘러시아발(發) 곡물파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밀 가격이 뛰는 등 국제 곡물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곡물 수출을 행정적으로 제한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는 “밀 수출 관세 부과 안이 조만간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보르코비치 부총리의 발언 뒤 밀 선물 가격은 일제히 상승, 파리 선물시장에서 23일 오전 2시(한국시간) 1%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러시아는 올해 1억400만t의 밀을 수확할 예정으로 이 가운데 2800만t 정도가 수출물량이다. 2800만t 가운데 2100만t은 이미 수출계약을 맺은 상태다. 러시아가 밀에 수출 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은 루블화 폭락으로 상대적으로 러시아 밀값이 싸지면서 해외에서 러시아 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늘어나는 수출 물량 때문에 러시아 국내에 밀 공급이 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면서 국내 밀값도 뛰었다. 밀값이 뛰면 러시아 국민들의 주식인 빵값이 오르게 돼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관세 부과로 밀의 수출물량을 줄이고, 국내 밀값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관세 수입이 늘어나면 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함께 러시아가 이미 지난주 곡물검사 강화와 철도수송 제한 등으로 곡물 재고 확보에 나섰다면서 서방 제재에 대한 맞불 성격도 강하다고 분석했다.
관세가 붙으면 국제 밀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밀 가격은 러시아의 공급 불안 등이 예상돼 이미 지난 9월 말 이후 40% 정도 뛴 상태다. 특히 관세 부과 폭이 클 경우 곡물파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는 가뭄을 이유로 2010년에는 밀 수출을 아예 금지시켜 그해 밀 가격이 47% 폭등한 바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석유엔 곡물로”… 푸틴의 승부수
입력 2014-12-24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