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의를 전격 수용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하나는 세월호 침몰사고 범정부사고대책본부장으로서 전남 진도 팽목항을 지키면서 수색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이 장관이 비로소 짐을 벗게 됐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집권 3년차 인적 개편의 신호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발언대로 이 장관은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136일 동안 현장에서 온몸을 바쳐 수습에 헌신해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때 얻은 별명이 ‘팽목항 지킴이’다.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해 불철주야 매진하면서 공직자의 전범(典範)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참사 209일 만인 지난달에는 수중수색 중단을 발표하고,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해체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지난 6월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이 출범할 당시 유임됐지만 거듭 사의를 밝히는 등 자리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물러난 이 장관의 뒷모습이 결코 나빠 보이지 않는 이유들이다.
관심은 이 장관 개인적인 문제보다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 훨씬 더 많이 쏠려 있다.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다른 장관들에게 분발할 것을 주문했을 뿐 개각과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내년 1월 중순에는 부처별 주요업무계획 보고가 예정돼 있어 당장 장관들을 바꾸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른바 청와대 문건 파동은 박 대통령에게 인적 쇄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국정운영의 동력을 재결집해 국가적 과제들을 원만히 풀어가기 위해선 정부와 청와대의 인적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여당 내에서조차 이 장관의 퇴진이 내각, 나아가 청와대 참모진 교체로 이어질 것이라거나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체 결정이라는 대형 변수로 인해 청와대 문건 파동의 위력이 약해진 듯하나 다시 정국을 강타할 소지가 매우 크다. 권부(權府)에서 일했거나 지금도 근무 중인 이들의 입에서 어떤 말이 터져 나올지 모르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 주변 인물들 간의 알력이라는 볼썽사나운 사건으로 비쳐지면서 민심도 많이 악화됐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은 문건 파동의 심각성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다. 그 첫걸음이 쇄신 인사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구설에 자주 오르내리는 ‘문고리 3인방’과 대통령비서실장을 물러나게 해야 할 것이다. 큰 잘못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들을 퇴진시키는 것이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의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읍참마속이라도 해야 한다. 대통령 심기나 살피는 수석비서관들이 있다면 그들도 경질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일부 장관들을 교체해 내각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 관련기사 보기◀
[사설] 이주영 사의 수용, 개각·청와대 개편으로 이어가야
입력 2014-12-24 02:50 수정 2014-12-24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