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운명 가를 ‘룰’ 확정… A등급 빼고 정원 줄인다

입력 2014-12-24 02:51

대학들의 운명을 좌우할 ‘평가의 룰’이 확정됐다. 전국의 모든 대학은 교육부가 새로 마련한 평가 방식에 따라 ‘A∼E’ 5개 등급으로 분류되며,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원 감축을 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구조, 대학생·교수 수 등 고등교육 체계 전반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는 ‘첫 단추’를 꿴 것이다. 교육부는 내년 3월까지 대학별 자체평가를 진행하고, 8월까지는 대학별 정원 감축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평가 방식=교육부가 23일 발표한 ‘2015년 대학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을 보면 4년제 대학은 두 단계로 나눠 평가한다(표 참조). 60점 만점인 1단계 평가는 정성·정량평가를 혼합해 이뤄진다. 종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선 취업률·학생충원율 같은 객관적 수치를 지표로 활용하는 정량평가를 통해 하위 15%를 걸러냈다. 이번에는 교육적 성과처럼 수치화가 어려운 지표들이 정성평가 항목에 포함됐다.

항목별로 국립·사립, 수도권·지방을 구분한 점도 특징이다. 교육 여건에 차이가 나는 수도권·지방을 따로 평가하자는 지방대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다. 예를 들어 학생 충원율은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졸업생 취업률(5점)은 수도권, 충청, 경북, 경남, 호남·제주, 강원 등 6개 권역으로 세분화해 평가받는다.

40점 만점인 2단계 항목은 중장기발전계획(10점), 교육과정(10점), 특성화(10점)로 모두 정성평가다. 1단계 평가 결과로 A∼C등급이 정해지고 하위 그룹을 대상으로 2단계 평가를 진행한다. 1단계 점수와 2단계 점수를 합산해 D∼E등급이 정해진다.

◇A등급 빼고 모두 정원 감축, 관건은 ‘법 제정’=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의 운명이 결정된다. 일부 최상위 평가를 받은 대학을 빼고 모든 대학의 정원이 줄어든다. A등급은 자율, B등급은 일부, C등급은 평균 수준에서 정원을 줄인다. D등급과 E등급은 각각 평균 이상과 대폭의 감축을 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교육부는 2022년까지 대학 정원을 16만명 줄일 계획이다. 구체적 감축 규모는 별도 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평가 결과에서 미흡 판정을 받은 D·E등급은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다. 또 D등급 대학의 학생은 ‘국가장학금Ⅱ’ 대상에서 제외되고, 학자금 대출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등록금의 30% 수준). E등급은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 모두 전면 제한된다. 교육부는 2년 연속 E등급을 받은 대학은 퇴출 수순을 밟게 할 방침이다.

평가 방식이 확정됐으므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대학 정원을 강제로 줄이는 건 법률의 근거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래서 지난 4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은 지방대 존폐 문제가 걸려 있어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은 “지방대 고사(枯死)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적어도 내년 2월, 늦어도 3월까지는 법안이 마련돼야 대학 구조조정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