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인·사학연금개혁 하루 만에 후퇴한 정부

입력 2014-12-24 03:53 수정 2014-12-24 10:03
당정(黨政) 간에 커다란 엇박자가 나는 한심한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2015년 경제정책방향의 중차대한 구조개혁 과제와 관련돼서다. 정부가 전날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공무원연금에 이어 내년 6월과 10월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새누리당이 23일 강력 반발하면서 군인·사학연금 개편은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새누리당은 당정협의에서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충분히 상의를 했지만 군인·사학연금 얘기는 없었다며 펄쩍 뛰었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곧바로 군인·사학연금 개편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꼬리를 내리면서 당정 간 소통·조율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가 국민에게 발표한 주요 내용이 왔다 갔다 하니 기가 막히다. 구멍가게 수준보다 못한 당정 모두에 책임이 있다. 직역연금 개혁은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잡힌 과제다. 그럼에도 여당이 공무원연금 하나만으로도 벅차다며 훗날로 미루니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여당이 발끈한 이유는 2016년 총선 등 정치적 현실 때문이다. 공무원에 이어 군인과 교사들까지 등을 돌릴 경우 선거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이는 정략적 판단일 뿐이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내년에 손을 보지 않으면 구조개혁은 영영 물 건너간다.

여당의 호통에 기재부가 보인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전날 발표 자료에 버젓이 기재돼 있는 내용까지 부인하고 나섰다. ‘2015년 경제정책방향 참고자료’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국회 통과 이후 추가 검토 및 의견수렴을 거쳐 군인(10월)·사학연금(6월)의 개혁안 마련’이라고 적시돼 있다. 그런데도 기재부가 “관계 부처와의 협의 없이 실무진 실수로 들어간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으니 이 무슨 해괴한 변명인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전날 밤 방송에 출연해 군인·사학연금 개혁에 대한 반발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공무원연금에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한 이후 그 문제(군인·사학연금)도 자연스레 검토돼야 되지 않나”라고 말한 것은 도대체 뭘 의미한 건지 묻고 싶다.

뒤늦게 군인연금은 직역의 특수성이 크고, 사학연금의 경우 기금 재정상 현재는 큰 문제가 없다는 기재부 설명도 어폐가 있다. 군인연금은 혈세로 부족분을 보전해왔고, 사학연금은 흑자지만 2023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력한 구조개혁을 선언한 정부가 여당 반발에 한발을 빼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 다른 개혁 부분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이 들고 일어나면 속도조절을 할 것인가. 구조개혁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진 정부가 시작도 하기 전에 스스로 김을 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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