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취임 9개월여 만에 사퇴한 이주영(사진) 해양수산부 장관은 ‘단명 장관’ 반열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를 불명예 퇴진으로 보는 이는 없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주무부처 수장으로 혼신을 다했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사사건건 정부에 비판적이던 유가족들마저 이 장관에게만큼은 “계속 일해 달라”고 붙잡았을 정도였다.
이 장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곧바로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가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초기에는 지휘본부 혼선 등으로 수색에 차질이 생기며 유가족들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그가 유가족에게 멱살을 잡힌 모습이 찍힌 사진이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한때 경질 대상 1순위에 오른 장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매일 밤 진도군청 내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현장지휘에 ‘올인’했다. 장관 업무도 현장에서 화상회의로 진행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8월 직접 전화를 걸어 “할 일 많은 장관이니 현업에 복귀해 달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했다고 한다. 사고 이후 단 한 번도 자르지 않아 길게 늘어뜨린 더벅머리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 장관의 진심은 바위처럼 꿈쩍 않던 유가족 마음을 돌렸다. 그가 지난 8월 사고수습 후 사퇴 입장을 밝히자 유가족들은 “실종자를 다 찾을 때까지 끝까지 있어 달라”며 오히려 붙잡았다. 심지어 실종자 가족들은 수중수색 중지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장관이 그동안 모든 것은 자신이 책임진다며 아무리 작은 요청이라도 절대 외면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꼈고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됐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2015년 초 부분개각] ‘세월호 장관’ 명예로운 퇴장
입력 2014-12-24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