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있는 매력에… 세대 불문 다시 뜨는 LP

입력 2014-12-24 02:22
CJ E&M은 김광석 4집 ‘네번째’의 리마스터링 앨범 발매를 기념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청담씨네시티에서 팬 100여명을 초청해 ‘LP음악감상회’를 열었다. CJ E&M 제공

국악과 록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는 2012년 발매한 정규 1집 ‘차연’의 리마스터링 앨범을 최근 CD와 LP로 만들었다. 이들은 네덜란드에서 제작한 LP를 들고 곧바로 프랑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를 찾았다. 겨울에 열리는 유럽의 대형 페스티벌 무대를 두드리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노래를 들은 유럽 현지 사람들이 구매한 음반은 놀랍게도 10유로짜리 CD가 아니라 20유로짜리 LP였다.

잠비나이 소속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 초 유럽 공연을 할 때마다 현지 기획사가 묻는 게 ‘LP는 없냐’는 것이었다”며 “이번 유럽투어를 앞두고 LP를 제작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고 23일 말했다.

아날로그 레코드라 불리는 LP가 복고 취향을 넘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잠비나이처럼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아티스트들의 경우 LP 활용에 적극적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유럽에선 마케팅에 LP가 필요하다”면서 “유럽 사람들은 LP를 자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의 표시와 수집의 개념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LP가 소장품 개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드래곤의 ‘쿠데타’,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는 한정판 LP로 제작돼 팬들 간에 치열한 구매 경쟁을 낳기도 했다. ‘쿠데타’ LP 8888장은 출시 하루 만에 매진됐다.

고인이 된 김광석과 유재하처럼 희소가치가 있는 LP는 팬 카페를 중심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김광석 4집 ‘네번째’의 LP는 일부 팬 카페에서 50여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CJ E&M은 최근 저작인접권을 소유한 위드삼삼과 공동으로 ‘네번째’의 리마스터링 앨범을 CD와 LP 형태로 내놨다. 특히 3000장만 내놓은 LP판은 출시되자마자 모두 팔렸다. CJ E&M 관계자는 “4집은 ‘서른 즈음에’ ‘일어나’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들어 있어 유독 사랑을 많이 받는 앨범”이라며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없어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전했다.

음반 관계자들은 세대 구분 없이 LP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김광석 LP음악감상회에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석했다. 모녀가 함께 온 경우도 있었다. 어머니 김영주(53)씨는 “익숙한 LP의 소리가 정감 있다”고 말했고, 딸 조은정(22)씨는 “LP로는 처음 들어 봤는데 디지털 음원에선 들을 수 없었던 잡음이 김광석의 노래와 맞아 듣기 좋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LP에 대한 국내 제작 환경이다. 국내에는 수량을 감당할 생산 라인이 없어 현재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유럽에서 LP를 생산하는 실정이다. 김광석의 리마스터링 앨범과 지드래곤, 잠비나이, 아이유는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만들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