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최강 삼성화재 ‘몰빵배구’… 수비 꼴찌팀의 고육지책?

입력 2014-12-24 02:44
배구에서 리시브는 공격의 시작이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아무리 우수한 공격자원을 가졌다 해도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세터가 공격수에게 제대로 볼을 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을 노려 강팀과 상대하는 약팀은 범실을 무릅쓰고 스파이크 서브를 퍼부어댄다.

남자 프로배구에서 전무후무한 8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도전하는 삼성화재는 이런 점에서 상식을 깨트린다. 삼성화재는 23일 현재 12승4패 승점35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7개 팀 가운데 리시브 부문 꼴찌다. 이런 팀이 선두를 달리는 것은 오롯이 세터 유광우의 존재 때문이다. 불안한 리시브에도 불구하고 유광우는 온몸을 던져 어렵사리 공격수에게 토스를 올린다. 여기에 공격수들이 가장 높은 공격성공률로 화답하면서 리시브 꼴찌팀의 원죄는 면죄가 된다.

불안한 토스를 공격성공율 1위로 바꾸는 능력은 바로 쿠바 용병 레오의 몫이다. 국제적인 명성은 시몬(OK저축은행), 산체스(대한항공) 등에 못 미치나 국내 프로배구 V리그에서 레오의 공격력을 능가하는 선수는 없다. 레오 공격력 극대화에 모든 조직력이 집중된 삼성화재는 ‘몰빵배구’를 펼친다는 오명이 늘 따르다. 올 들어 다른 팀도 외국인 선수에게 절대 의존하는 전술을 펼치기도 했지만 해결사 능력 면에서 승리의 ‘보증 수표’ 레오를 따라오지 못했다.

22일 한전과의 경기는 레오 ‘원맨쇼’에 가까웠다. 1세트 24번의 공격기회 가운데 17번, 2세트 29번 가운데 21번이 레오에게 집중됐다. 공격점유율이 각각 70.83%, 72.41%에 달했다. 2세트까지 공격성공률도 무려 68.42%였다. 승리가 확실해진 3세트 점유율이 45.0%로 떨어졌음에도 전체 점유율 64.38%, 공격성공률 70.21%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입증했다.

삼성화재 ‘몰빵배구’에 대한 질시는 여전하다. 이번 시즌 들어 공격의 한 날개를 담당하던 박철우가 입대하면서 레오 의존도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삼성화재는 디그 부문도 꼴찌일 만큼 수비에도 문제가 많은 팀이다. 몰빵배구는 어쩌면 수비 꼴찌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고육지책인지 모른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