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차 허모(37)씨 부부는 출산 계획이 없다. 서울 양재동과 광화문으로 각각 출근하는 부부는 한남동의 17평 빌라에 산다. 이따금 경리단길을 산책하고 휴가엔 여행을 즐긴다. 아이를 키우려면 처가가 있는 경기도 일산으로 가야 하는데 출퇴근이 힘들어진다. 부부 모두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허씨는 23일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집 장만 고민도 커질 것”이라며 “서울에서 작은 집에 살더라도 문화생활을 즐기며 사는 게 더 낫다는 데 의견이 일치해 아이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인구이동이 지역 고령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시·도 단위 인구이동 유형과 지역 고령화’ 보고서를 보면 서울과 울산은 허씨처럼 ‘아이를 키우지 않는 젊은 부부’가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07∼2012년 인구인동에 따른 16개 시·도의 인구 증감을 5개 유형으로 나눠 제시했다.
◇서울·울산, 일자리 찾는 젊은층만 유입=일자리가 많은 서울과 울산은 젊은층 인구만 유입되는 ‘청년인구 증가형’으로 분류됐다. 서울은 유일하게 20대 인구만 늘었고 나머지 연령대는 빠져나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울산은 25∼34세 인구의 유입이 특히 많다. 젊은층이 들어와 지역경제에 더 활력을 불어넣는 곳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두 지역의 인구구조 전망은 어둡다. 저출산 때문이다. 2012년 서울의 출산율은 1.059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서울은 30대 인구가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도시다. 0∼4세 인구 유출도 광역시·도 중 최고 수준이다. 출산율이 낮을 뿐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집값, 육아 여건 등을 고려해 서울살이를 포기하는 30대가 많은 것이다.
이상림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젊은 부부의 유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서울의 불안정한 인구구조가 고령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대구, 모든 연령층 인구 유출=부산·대구·경북·전북·전남·강원은 ‘인구구조 악화 감소형’이다.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청년층 유출이 심각하다. 부산·대구는 20, 30대 유출이 전국 최고 수준인 데다 중장년층 인구도 다른 지역으로 많이 빠져나가는 추세다.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가 더 심각해질 전망이어서 인구 경쟁력을 키울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됐다.
‘청년인구 감소형’인 충청권과 경남·제주 지역은 중장기적으로 젊은층을 잃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게 문제다. 다만 충청권은 50대 이후 연령층 유입이 늘어 청년인구 유출에 따른 부담이 어느 정도 상쇄되는 지역으로 꼽혔다.
광주와 대전은 70대 이후 고령층 인구 증가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부양인구 증가형’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아동인구도 함께 늘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인구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동 양육에 많은 지원을 해 청소년층 인구 유출을 막는 게 관건으로 제시됐다.
◇인천·경기, 안정적 인구구조=인천·경기는 모든 연령층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전반적 증가형’이다. 2012년 경기는 8만2000명, 인천은 2만8000명이 늘었다. 20, 30대 인구와 0∼4세 인구 유입 규모가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다. 서울로 출퇴근하기 편리하고 서울보다 집값 부담이 덜해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연구위원은 “인구변동이 지역의 인구구조 변화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출생, 사망보다 광범위하고 빠르게 나타난다”며 “지역단위로 고령화에 대응할 때 인구이동 문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기획] 서울·울산 젊은층 늘지만 저출산 고민
입력 2014-12-24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