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미생’ 잇는 또 하나의 ‘직장 공감’… 월간 윤종신 ‘지친 하루’ 조용한 돌풍

입력 2014-12-24 02:23
월간 윤종신 12월호 ‘지친 하루’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6’ 우승자 곽진언이 직장인의 애환을 보여주고 있다. ‘지친 하루’ 뮤직비디오 캡처

[친절한 쿡기자] 2014년은 다사다난했습니다. 유독 힘들게 느껴졌죠. 12월 때이른 추위도 어느 해보다 매섭습니다. 하지만 노래 한 곡이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줍니다. 월간 윤종신 12월호 ‘지친 하루’의 노랫말이 그렇습니다.

월간 윤종신은 가수 윤종신의 음반 프로젝트입니다. 2010년 3월 25일을 시작으로 매달 한 곡씩 음원을 발표했습니다. ‘지친 하루’는 12월을 대표하는 곡입니다.

‘지친 하루’는 지난 20일 자정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이후 음원차트 네 곳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죠. 그간 월간 윤종신의 노래 중 가장 뛰어난 성적입니다.

‘지친 하루’가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요. 올해 공감의 물결을 일으킨 ‘직장 콘텐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코드를 정확히 짚은 겁니다. 고단한 일과를 마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 말이죠.

노래 가사는 이렇습니다. “미안해 내 사랑/ 너의 자랑이 되고 싶은데/ 지친 내 하루 위로만 바래/ 날 믿는다/ 토닥이면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취한 한숨에 걸터앉은 이 밤” “비교하지 마/ 상관하지 마/ 누가 그게 옳은 길이래/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걸/ 내가 택한 이곳이 나의 길”

특히 직장인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가사가 내 이야기”라면서 말이죠.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은 건 처음” “올해 나온 월간 윤종신 중 최고” “쓸쓸한 가사가 공감이 간다” 등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윤종신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6’의 우승자·준우승자인 곽진언과 김필을 객원가수로 영입했습니다. 무덤덤하게 읊조리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노래를 더 구슬프게 합니다.

두 사람은 뮤직비디오 연기에도 도전했습니다.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전형적인 샐러리맨으로 말이죠. 두 사람이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어디서 본 듯합니다. tvN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와 장백기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미생’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22일 자신의 SNS에 “윤종신이 ‘미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지친 하루’. 고마워 종신아”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우리는 ‘직장 콘텐츠’에 열광했습니다. ‘미생’ 신드롬을 필두로 연예인의 직장체험기를 그린 ‘오늘부터 출근’, 직장 내 관계를 개그로 승화시킨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렛잇비’ 등이 ‘직장 공감’을 불러왔죠.

‘지친 하루’도 이 시대 수많은 ‘을(乙)’들을 대변했기에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직장 콘텐츠를 통해 힐링을 받은 ‘을’들이 많았던 한 해입니다. 2015년에도 우리를 위로할 콘텐츠들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이혜리 기자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