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 김남일, 새 도전 ‘흡입’

입력 2014-12-24 02:41

“월급의 3분의 1은 후배들에게 밥 사는 데 쓰는 것 같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박충균 코치가 ‘진공청소기’ 김남일(37)을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전북의 어린 선수들이 김남일을 따르는 이유는 밥 때문이 아니다. 선배로서 모범을 보이고 후배 고충에 귀를 기울여 주기 때문이다. 2014시즌 전북 선수들은 김남일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3년 만에 우승컵을 탈환했다. 전북은 그의 활약을 인정해 시즌이 끝난 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재계약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김남일은 선수생활의 마지막 기로에서 일본 J2리그 교토 상가를 선택했다.

전북 현대 관계자는 23일 “최강희 감독은 김남일이 몇 년 더 뛸 수 있다고 판단하고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일본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2013년 말 인천 유나이티드를 떠난 전북에 둥지를 튼 김남일은 행복한 시즌을 보냈다. 2000년 프로 데뷔 이후 15년 만에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위기도 있었다. 전반기에만 두 차례나 부상을 당하면서 자신감을 잃은 것. 김남일은 “축구화를 벗겠다”고 했고 최 감독은 “우리가 우승하려면 네가 꼭 필요하다”고 만류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그라운드에 나선 김남일은 경기력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남일은 후에 “어려운 시기에 감독님이 붙잡아 주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선수로 끝났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김남일 역시 선수생활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후배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줬다. 후배들은 이런 김남일을 형님처럼 따랐다. 김남일은 또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후배들이 따라할 정도다. 김남일은 전북과의 계약이 이달 말에 만료된다. 이적료 없이 교토로 이적할 수 있다. 김남일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J리그 빗셀 고베에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코치로 활약했던 와다 마사히로가 교토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교토는 올해까지 4년 연속 1부리그 승격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 14승18무10패 승점 42점으로 9위에 그쳤다. 교토는 내년엔 반드시 승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교토는 베테랑으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김남일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김남일은 이미 교토행에 합의한 황진성(30·벨기에 투비즈)과 중원에서 호흡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뛰던 지동원(23)은 아우크스부르크 유니폼을 입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지동원과 2018년 6월30일까지 계약했다”며 “도르트문트와 계약 조건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25)가 뛰고 있는 아우크스부르크는 현재 6위를 달리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