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장례식이 있었다. 막내 외삼촌에게 폐암이 발병했을 때 가족들은 서울에 외따로 살고 있는 내게까지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삼촌은 올봄 한 차례 수술을 했고 경과가 좋았다. 새로 선물받은 삶이었다. 대학가에 작은 돈가스 가게를 차리고 날마다 반죽을 했다. 재발을 알게 된 것은 정기검진에서였다. “올해를 넘기기 힘듭니다.” 드라마 대사로만 쓰이던 말을 직접 듣고 삼촌은 어땠을까. 삼촌과 통화하던 날, 혹시 마지막일지 몰라 불안했다.
삼촌을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올해 해야 했던 가장 중요한 일, 마지막을 대면하기 두려워 차일피일 미뤄왔던 일. 하지만 삼촌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까까머리 중학 시절부터 어울리던 친구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조금만 더 일찍 갔더라면…’ 하는 후회 때문에 화가 났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엄마였다. 삼촌이 그렇게 아픈데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냐고 나는 엄마를 원망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작은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6중 추돌 사고였다, 차 안에만 있어도 크게 위험하지 않았는데, 내려서 눈길에 모래를 뿌리다 지나던 차에 치였다, 수술해도 살 확률이 1%란다.
저녁 면회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던 아버지가 눈물을 흘렸다. 동생을 보내야 하는, 그 심정이 어땠을까.
삼촌을 묻고 오던 중에 작은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다. 사고 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장례를 치르며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함께 울고 서로의 손을 잡았다. 떠난 사람이 그리워 어릴 적 추억을 이야기했다.
우리에게는 이별연습이 필요하다. ‘다녀올게’ 하고 나가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후회하지 않을 만큼 오래 가족의 얼굴을 바라보겠다. 너는 그렇게 갑자기 떠나지 말라며 주름 가득한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는 아버지와 고모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요 며칠은 아무리 쓰다듬고 사랑의 말을 건네도 시간이 모자랐다.
“삼촌, 작은아버지. 사랑해요. 잊지 않을게요.”
곽효정(매거진 '오늘' 편집장)
[살며 사랑하며-곽효정] 이별연습
입력 2014-12-2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