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속한 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나니 너희가 듣지 아니함은 하나님께 속하지 아니하였음이로다.”(요 8:47)
큐티 관련 책을 보면 오른쪽 페이지가 빈 칸으로 남겨져 있다. 거기엔 매번 ‘하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크리스천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알아 가는 여정이다. 교회에서 직분을 가지는 것도 선교를 하는 것도 그 일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 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여야 한다.
어느 날 아침 딸한테 다급한 전화가 왔다. 등굣길 차를 몰고 나간 딸이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친 데는 없고? 어디야?”
딸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단숨에 달려갔다. 나는 딸을 꼭 껴안고 위로했다.
“이 차는 새로 사면 되지만 너는 내게 하나뿐인 딸이잖아.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딸은 아버지인 나를 너무나 잘 안다. 전화해서 울기만 해도 내가 무슨 일인지 알고 열일 제쳐두고 달려올 줄 안다. 이처럼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것이 믿음의 기초다.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 귀중품을 맡길 수 없는 것은 그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니이다.”(요 17:3) 믿음의 크기는 예수님을 아는 크기와 비례한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자주 이런 질문을 한다.
“예수님은 당신에게 어떤 분이십니까?”
예수님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거나 할 말이 없는 사람은 교회에서 어떤 직분을 갖고 있든 어떤 활동을 하든 믿음이 없는 사람이다. 기도할 때도 이렇게 저렇게 말하지 않아도 단지 “주여…” 하는 한마디에 아버지 하나님은 자녀의 음성을 듣고 달려오신다. 자녀가 왜 아버지를 부르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잘 아신다. 하나님이 언제 화내고, 기뻐하며,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면 아무리 좋아도 멈출 줄 알고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사명을 완수하게 된다.
나는 자신의 삶에서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 대답해 준다. “아침마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이렇게 묻는다. “지금 당장 결정할 일이 있는데 말씀공부를 하라고요?”
하나님은 시간을 초월해서 계시는 분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때에 우리가 살면서 갖게 되는 모든 질문에 단 한가지로 응답하신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하심으로!”
하나님을 알아야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다. 말씀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아 낼 수 있다. 나는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영어 때문에 무진 애를 먹었다. 특히 간호사가 전화에 대고 하는 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전화가 오면 일단 병동의 위치를 확인하고 달려가 천천히 말해 달라고 했다. 간호사가 큰 소리로 또박또박 “환자가 열이 난다고요” 하면 “타이레놀을 주세요”하고 당직실로 돌아오곤 했다. 창피하긴 했지만 그래도 실수를 하지 않아서 감사했다. 알아듣지 못하고 실수해서 사고가 나면 큰일이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우리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어서 주님의 뜻과 상관없는 일을 하고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처럼 1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수련의 과정을 거친 의사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긴 시간을 훈련받으며 나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40년 동안 광야 길을 걷게 하신 섭리를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결코 떡으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사는 법을 배웠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역경의 열매] 정수영 (6) 하나님 섭리를 깨우쳐 준 고난의 수련의 11년
입력 2014-12-24 02:17 수정 2014-12-24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