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핵심 측근까지… 링지화 부패혐의 조사

입력 2014-12-23 04:14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부패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자신의 전임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핵심 측근까지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시 주석의 부패청산 작업이 사실상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시 주석으로의 권력 집중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후 전 주석의 비서실장(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링지화(사진) 통일전선공작부장이 부정부패 혐의로 당국의 내부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구체적으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2기 전국위원회 부주석인 링 부장이 현재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로 조직 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링 부장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근래 들어 최악의 부정부패 사건으로 거론되는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링 부장은 그의 지지 세력으로 알려져온 ‘산시방’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가족들도 부정부패 혐의로 속속 잡혀들어가면서 최근 그에 대한 체포 임박설이 제기돼 왔다. 특히 그는 후 전 주석의 ‘복심’으로 통했던 인물이어서 이번 조사의 칼끝이 어디까지 겨냥할지 관심을 모은다.

앞서 중국 사정 당국은 지난 6월 링 부장의 형인 링정처 산시성 정협 부주석을 잡아들이고, 최근에는 산시성 출신 상인인 동생 링완청까지 체포해 조사하면서 링 부장을 겨냥한 포위망을 좁혀 왔다. 특히 일부 중화권 매체는 링 부장이 이미 실각한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등과 결탁해 정권 전복을 기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시 주석 체제 들어 수많은 고위급 관리들이 낙마했지만, 장관급의 현직 고위급 당 간부가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링지화는 최근 공산당 이론 잡지 구시(求是)에 시 주석의 민족 정책을 옹호하는 논문을 게재하는 등 잇따른 공개 활동으로 면죄부를 받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낙마하면서 시 주석에 대한 마지막 충성 맹세는 결국 헛수고로 돌아가게 됐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