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3일간의 최장기 철도 파업을 벌여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국철도노조 집행부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경찰이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한 지 꼭 1년 만이다.
재판부는 파업이 ‘전격(電擊)적으로’ 벌어지지 않고 예고된 터여서 사측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부분 예고 절차를 거치는 공공기관 노조의 대규모 파업과 그에 대한 정부 대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사전 고지만 하면 모든 파업이 허용된다는 거냐”고 반발하며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오성우)는 22일 전국철도노조 김명환(49) 전 위원장과 박태만(56) 전 수석부위원장 등 파업 당시 노조 집행부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정부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며 지난해 12월 9∼31일 전국 684개 사업장에서 불법 파업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 파업의 위법성은 법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파업의 목적이 한국철도공사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안이어서 위법한 파업이다. 국가경제적 손실이 발생했고 국민에게 심각한 불편이 있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업무방해죄 적용에 대해선 검찰과 판단을 달리했다. 노조가 파업 전 필수유지업무 명단을 통보하고 철도공사가 비상 수송대책 등을 강구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업무방해죄의 ‘전격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파업이 예상 가능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파업이 사전에 예고돼 노사 간 논의가 있었고 노동관계조정법상 일련의 절차를 거쳐 사용자에게 충분한 예측 가능성과 대비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재판부가 ‘철도 민영화 반대’라는 파업 이유를 근로조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순 없다고 판단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핵심 간부 전원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무리한 형사처벌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게 됐다. 검찰은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따르면 목적이나 절차적 불법과 관계없이 사전에 고지만 하면 모든 파업이 전면 허용된다는 것이므로 최근 대법원 판결에도 정면 배치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대법원은 2009년 철도노조 파업에 참여했다 기소된 노조원 22명에 대해 “파업 강행을 예상할 수 없어 중대한 피해를 초래했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검찰은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은 이미 유죄가 확정된 2006·2009년 파업과 비교해 목적의 불법성이 더 중하고, 절차도 중대한 하자가 있으며, 파업 기간이 길어 손해도 훨씬 막대하다”면서 “향후 법 적용에 중대한 혼선이 야기될 수 있어 항소해 다툴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최장기 철도파업 집행부 전원 무죄 판결 법원 “예고된 파업, 업무방해 아니다”
입력 2014-12-23 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