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취업을 미끼로 수십억원을 챙긴 노조 전직 간부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22일 기아차 광주공장 전 노조 간부 홍모(34)씨 등 전직 간부 4명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홍씨는 2010년부터 4년간 “임원과 친하고 노조 간부 경험이 있어 채용시켜 줄 수 있다”며 지인이나 친인척 60여명으로부터 32억원을 받은 혐의다. 김모(42)씨 등 나머지 3명은 취업 희망자를 홍씨에게 소개시켜주고 받은 돈을 나눠가졌다. 피해자들은 높은 임금과 복지수준을 제공하는 기아자동차라는 점에 끌려 채용 약속만 믿고 1인당 3000만원에서 최고 1억2000만원까지 거액을 건넸다. 일부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까지 받고 수년간 저축한 돈을 건네기도 했다.
피해자 중에는 자녀의 취업을 대가로 돈을 건넨 기아차 동료 직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들 중 실제 취업이 이뤄진 경우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취업이 이뤄지지 않자 피해자들이 환불을 요구했고, 이들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아 일부를 갚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이들은 도박에 빠져 빚을 지게되자 취업 사기를 벌였고, 다시 도박과 유흥으로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까지 끌어다 썼고 봉급과 아파트까지 압류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생산직 직원 동료들과 회사 인근 원룸과 모텔 등에서 4년 동안 122차례 상습 도박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홍씨는 특수렌즈를 착용하고 상대방의 화투패를 읽는 수법으로 동료들에게 사기 도박을 벌여 2억원을 챙기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과 도박을 한 27명을 상습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기아차는 2004년 노조 간부와 직원 등 130여명이 연루된 취업비리 사건이 일어난지 10년만에 이런 사건이 또 다시 불거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취직 시켜줄게” 32억 꿀꺽… 기아차 전직 노조간부 적발
입력 2014-12-23 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