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4 문화-출판] 새 도서정가제 시행… ‘21세기 자본’ 富의 불평등 사회적 토론 촉발

입력 2014-12-24 02:54

출판계 올해의 사건은 도서 할인 폭을 최대 15%로 묶은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이었다. 할인에 의존한 도서 판매구조를 개선하고 사멸해가는 중소 서점들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 출판·서점업계의 공감이 이뤄졌고, 몇몇 논란이 있었지만 11월 21일 시행됐다. 시행 이전에는 책값을 최대 90%까지 깎아서 파는 사상 최대의 할인행사가 펼쳐졌다. 내년 출판계의 판도 변화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책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글항아리)이었다. 부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촉발시켰고, 자본의 독주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됐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담은 ‘한국 자본주의’(헤이북),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부키) 등도 주목을 받았다.

판매 측면에서는 윤태호의 만화 ‘미생’(위즈덤하우스)이 특기할 만하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유일하게 밀리언셀러를 달성했고 최근 200만부를 돌파했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은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집계됐다. 영화나 드라마 등이 책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면서 ‘미디어셀러’란 말이 유행했다.

해외에서는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올 초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을 연말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대형서점 워터스톤, 출판전문잡지 더 북셀러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분야별로 보면, 자기계발서의 추락이 확연했고, 성인들의 색칠놀이 책인 ‘컬러링북’이나 음식문화잡지 ‘킨포크’의 부상이 눈길을 끌었다. 전자책은 뚜렷한 성장세나 이슈를 보여주지 못 했다. 출판문화 측면에서는 편집서점의 부상과 ‘함께읽기’로 대표되는 독서클럽 운동의 확산이 돋보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