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상 짓는 날이 많았던 한 해였다. 4월 세월호 참사로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는 예정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손해가 막대했다. 장기간의 애도로 관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거품 낀 공연 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6월 메이저 제작사 중 한 곳인 뮤지컬해븐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7월에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출연료 등 임금 미지급 문제로 공연 직전 전격 취소되면서 시장 자체의 위기론이 대두됐다.
하반기에는 탄탄한 대작들이 관객을 찾으며 분위기 쇄신에 애를 썼다. 연극 ‘프랑켄슈타인’ ‘사회의 기둥들’ 등 수작이 꾸준히 막을 올렸고 비영어권에서는 최초로 라이선스 뮤지컬 ‘킹키부츠’와 ‘원스’가 무대를 꾸렸다. 국악 분야에선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현대음악극 형태의 ‘공무도하’, 대극장 무대 위에 오른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등 신구의 색다른 만남이 재미를 선사했다.
국립발레단은 2월 강수진 예술감독 부임 이후 모던 발레 ‘교향곡 7번&봄의 제전’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주목받았다. 국립무용단이 창단 53년 만에 외국 안무가와 처음 협업한 작품 ‘회오리’는 내년 세계적 무용축제인 칸 댄스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20년 역사의 영국 클래식 음악축제 BBC 프롬스 무대에 서는 등 뜻 깊은 한 해를 보내다 사무국 직원 17명이 박현정 대표의 폭언과 성추행 등을 문제 삼아 퇴진을 요구하고, 박 대표가 정명훈 예술감독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논란에 휩싸여 있다. 35년 전통의 서울연극제가 지난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대관 심의에서 탈락하면서 정부와 연극계가 대립 중이다. 세계적 지휘자 로린 마젤과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은 세상을 떠났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키워드로 본 2014 문화-공연] 세월호 참사 직격탄 맞아 썰렁…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 폭언 논란
입력 2014-12-24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