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두 차례 도입하려고 했지만 막대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무산됐었다. 문민정부가 1997년 교육 국제화 방안으로 제4차 교육개혁안에서 9월 학기제 전환을 제안했었다. 참여정부에서는 2006년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에서 2011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두 번 모두 ‘시기상조’라는 딱지만 붙은 채 중장기 과제로 미뤄지며 흐지부지됐다.
◇왜 다시 ‘9월 신학기제’인가=9월 신학기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가 있다. 전체 학생 수가 줄고 있어 과거보다는 제도 시행에 따른 혼란이 적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학사 운영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그동안 주요 국가들과 학사 일정이 달라 유학생 유치에 걸림돌이 됐었다. 국내 학생들이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공부하는데도 방해가 됐다. 3월 신학기제는 일본과 우리나라만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도 9월 신학기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 기후를 감안하면 9월 신학기제가 더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9월 신학기제가 도입되면 여름방학이 3개월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에 다양한 현장 학습을 하고, 추운 겨울에는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겨울과 봄에 학교 현장에서 빚어지는 ‘교육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장점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실 과거에는 난방비 부담 때문에 도입이 어려운 측면도 있었지만 지금은 난방비보다 냉방비가 더 많이 드는 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혼란만…벌써 고개 드는 회의론=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크고 실익은 많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특히 9월 신학기제로 전환되는 과도기에는 학교 현장이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한 학교에서 3월에 1학기를 시작한 학생과 9월에 시작한 학생이 함께 다니게 되면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특정 연도에 졸업자가 2배가 되면서 대입, 기업 신입사원 채용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고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과정 재구성, 교원 증원, 교육시설 증축 등에 따라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해외와 국내를 오가는 ‘있는 집’ 자녀를 위해 애꿎은 일반 학생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부정적 정서도 무시하기 어렵다. 사교육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름방학 기간에 해외연수나 해외 캠프 등 고액 사교육이 횡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3개월 동안 방학이면 3개월짜리 사교육 코스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선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교총 관계자는 “지금도 교육 현장이 혼란스러워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고통스러워하는데 (9월 신학기제 도입은) 차원이 다른 수준의 혼란”이라며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고 과거처럼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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