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통합진보당의 ‘이적단체’ 규정 여부를 놓고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헌법재판소가 ‘북한 추종 세력’이라며 통진당 해산을 명령하고, 보수단체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통진당원들을 고발하면서 일단 여건은 마련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통진당해산국민운동본부와 활빈당 등이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 통진당원 전체를 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들어갔다고 22일 밝혔다. 이 단체들은 지난 19일 헌재 선고 직후 고발장을 접수했다. ‘헌재의 강제해산 선고로 통진당이 반국가단체임이 확인됐다’는 게 고발 요지다.
검찰은 대중정당의 형태를 갖춘 통진당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법원은 반국가단체를 ‘정부 참칭(僭稱)이나 국가의 변란 자체를 직접적이고 1차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는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2000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이후 대법원에서 반국가단체로 인정된 집단은 없다. 통진당 해산 청구의 발단이 됐던 혁명조직 ‘RO’ 역시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다만 통진당의 ‘이적단체성’은 다분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대법원 판례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삼고, 실제 활동 또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위험성을 갖고 있는 단체’를 이적단체로 규정했다. 헌재가 해산 결정문에 적시한 통진당의 목적·활동도 이와 유사하다. 검찰 관계자는 “헌재 결정으로 보면 통진당의 이적성은 인정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라며 “대법원 판례와 헌재 판단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법리적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통진당을 이적단체로 판단한다 해도 당장 개별 당원들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 선고 당일 열린 공안대책협의회도 해산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 엄단 방침을 밝혔을 뿐 통진당원 이력이나 활동 수사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자칫 ‘종북몰이’ 비난이 일 것을 우려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해산에 반대한 김이수 헌법재판관도 “과거 독일에서 공산당 해산 결정이 나온 후 12만5000여명이 수사를 받았고, 그중 6000∼7000명이 형사처벌 됐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일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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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23 02:16 수정 2014-12-23 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