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NLL 대화록 숨기려 했다”… 다시 불붙은 ‘대화록 폐기’ 논란

입력 2014-12-23 02:41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을 숨기려 했다’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해 법정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피고인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측은 “검찰이 아무 근거 없이 기소 1년 만에 범행 동기를 추가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이동근) 심리로 22일 열린 조 전 비서관 등의 공판에서 변호인은 “이번 변경은 검찰이 정치적 편견에 의한 부실수사를 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3일 ‘회담 내용이 논란이 되자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초본 삭제를 지시했다’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대화록이 역사적 기록물로 보존되는 것을 노 전 대통령이 막으려 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지난 8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조 전 비서관 등을 기소할 때 ‘피고인들이 노 전 대통령 지시로 초본을 삭제했다’고 했을 뿐, 지시 동기는 밝히지 않았다.

변호인 측은 “노 전 대통령은 NLL 포기 발언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를 감출 이유도 없었다”며 “이제 와서 이를 언급하는 이유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내용 공개를 우려했다면 국정원의 대화록 녹음파일도 지웠을 것”이라며 “초본 삭제를 지시한 것은 수정본이 초본보다 더 정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삭제 동기가 충분히 있었고 대화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한 정황도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내 임기 동안 NLL 문제는 다 치유된다’며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을 했고, 이후 국무위원도 ‘대통령 발언을 북한이 인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고 강조했다. 또 “아무리 대통령이더라도 국정원의 녹음파일까지 삭제하라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초본이 삭제되고 수정본이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는 한명숙 전 총리가 찾아와 양측 공방을 방청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