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눈이 내리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연말 시상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연예, 연기, 가요 세 부문에서 상을 주는 올해 연말 시상식의 포문은 SBS가 열었습니다. SAF(SBS Awards Festival)라는 이름으로 ‘연말축제’를 표방하며 기대감을 높였죠.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 일색입니다. 지난 21일 열린 ‘가요대전’ 이야기입니다.
220분 동안 진행된 생방송에는 무려 30팀이 등장했습니다. 팀당 7분30초 정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죠. 그러면서 시상도 하고, 진행도 하고, 특별무대 욕심도 냈습니다. 시간은 모자라고 진행은 산만해졌습니다. 30팀 중 2곡 이상 노래를 부른 팀은 10팀도 안 됩니다. 3분 남짓한 무대가 계속해 이어지니 시청자들의 집중력은 갈수록 떨어졌습니다.
가요시상식인데도 질이 턱없이 낮은 음향도 문제였습니다. SBS는 전시회를 위해 세워진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행사를 치렀습니다. 콘서트 전용 공간이 아니다 보니 부족한 음향은 브라운관 너머 시청자까지 실망시켰죠. 심지어 그룹 위너가 노래를 할 때 다른 그룹의 대화가 그대로 방송되는 사고까지 생겼습니다.
카메라 워킹은 어땠을까요? 지난해 가요대전은 무리한 카메라 워킹으로 “보다가 토하겠다”는 시청자 의견이 많았습니다. 올해도 악평은 여전합니다. 엉뚱한 곳이나 가수의 옆모습만 비추는 초보적인 실수가 계속됐습니다.
가장 큰 사고는 위너 송민호(21)의 ‘열도’ 발언이었습니다. 송민호는 “대한민국 열도를 뒤흔드는 보이그룹”이라고 2부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열도는 일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송민호의 무지함을 비난했던 네티즌들은 SBS 측의 대본 실수로 밝혀지자 더 황당해 했습니다. 결국 가요대전 측은 22일 “적절치 못한 단어 사용을 사과합니다”라고 밝혔지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가수들이 하품하는 캡쳐를 게시하며 “가수도 지겨운 시상식, 오죽할까”라고 빈정댑니다.
방송 콘텐츠 범람 속에 시청자의 눈은 한없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아직도 시청자를 얕잡아본다는 시각도 많습니다.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이 없던 예전에는 연말 시상식이 유일한 볼거리였기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안일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안 된다는 거죠.
지난 16일 발표된 2014년도 신뢰도·유용성 뉴스 1위에는 jtbc가 이름을 올렸고, 가장 공정한 미디어에는 YTN이 꼽혔습니다. 더 이상 지상파가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까지 제 살 깎아먹기를 할 생각인가요.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연말축제 표방 SBS ‘가요대전’ 잇단 방송 사고로 네티즌 빈축
입력 2014-12-23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