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온 벽안(碧眼)의 외국인 지도자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의리 엔트리에서 자유로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할 대표팀 최종명단을 발표하면서 공격수로 조영철(25·카타르SC), 이근호(29·엘자이시)와 함께 이정협(23·상주 상무)의 이름을 호명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팬들에게 생소한 이름이었던 이정협이 박주영(29·알샤밥) 등 쟁쟁한 선배들 대신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정협은 A대표팀 발탁이 이번이 처음인 것은 물론이고 각급 대표팀에서도 거의 부름을 받은 적이 없다. 2009년 9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9(19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 대비 훈련과 2011년 1월 U-20 대표팀 제주 동계훈련에 소집된 것이 전부다. K리그에서도 아직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3시즌 부산에서 프로로 데뷔해 27경기를 뛰면서 2골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상주에서 25경기 4골을 기록했다. 두 시즌 모두 선발이 아닌 교체 출전 멤버였다.
하지만 이정협은 이름값 대신 실리를 강조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었다. 키 186㎝의 장신 공격수인 이정협은 전날 열린 대표팀의 자체 최종 평가전에서도 골을 넣는 등 슈틸리케 감독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문전 움직임이 흥미로웠다”며 “상대 수비진 속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타깃맨을 찾다가 박주영 대신 이정협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가 된 이정협은 “전지훈련에서 동료들 모두 열심히 하는 분위기였기에 오늘 발탁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주어지는 본분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꾸린 대표팀에서 절반에 가까운 11명을 새 얼굴로 채웠다. 미드필더에선 남태희(23·레퀴야SC), 김민우(24·사간 도스), 한교원(24·전북 현대), 이명주(24·알아인)가 새로 들어갔다. 수비진에서도 김주영(26·FC 서울)과 차두리(34·FC 서울), 김진수(22·호펜하임), 장현수(23·광저우 푸리)가 합류했다. 골키퍼에선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이 발탁됐다.
대표팀은 27일 호주로 출국한다. 한국은 호주와 쿠웨이트, 오만과 함께 A조에서 조별리그를 벌인다.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은 이번 대회 슬로건을 ‘타임 포 체인지(TIME for CHANGE)’로 정하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이정협이 누구지?… 슈틸리케, 이름값보다 실리 택했다
입력 2014-12-23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