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름 대표 심재명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를 알았어요”

입력 2014-12-23 03:10
방송인 박경림이 22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페콤마에서 열린 ‘엄마의 꿈’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서울시청 여자핸드볼 감독 임오경은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지도자다. 그러나 그녀도 코트에서의 삶과 엄마로서의 삶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눈물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일본 실업팀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활동하던 그는 임산부의 몸으로 6개월간 뛰었다. 남편은 당시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느라 바빴다. 어렵게 낳은 딸은 체육관 구석 바구니에서 컸다. 임 감독은 운동하다 딸이 울면 우유를 먹이고 다시 뛰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 전수경은 마흔에 이혼하고 어린 쌍둥이 딸을 혼자 키웠다. 이혼 후 갑상샘암 선고도 받았다. 이혼녀에 암 환자, 게다가 아이들은 고작 아홉 살이었다. 암 수술을 받고 무대에 복귀한 그녀는 재혼했다. 전수경은 싱글맘들의 경우는 여러 가지 역할을 다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다 완벽하게 할 수 있겠느냐고, 그러면 사는 게 너무 각박해지고 본인 스스로도, 아이들에게도, 주변의 다른 가족들도 힘들게 만들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송인 박경림이 여성 명사 18명을 만나 육아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집 ‘엄마의 꿈’(문학동네)이 22일 발간됐다. 유명인이자 성공한 커리어우먼, 여성들의 롤모델이지만 그녀들도 엄마였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이 시대 엄마로 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일반론에 묻히는 게 아니라 엄마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방송인 최윤영은 MBC 간판 아나운서로 일하다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아이 때문에 ‘내가 나쁜 엄마인가’ ‘나는 엄마로서 자격이 없나’ 끊임없이 자괴감에 시달리다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탤런트 채시라는 촬영장에 유축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모유 수유를 했다. 완벽주의자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완벽한 엄마를 꿈꿨으나 잘 내버려두는 게 답이었다”고 말한다. 소설가 하성란은 둘째를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원고 마감을 하기도 했다. 명필름 대표 심재명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를 알았다”고 고백한다.

이들 외에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국립발레단 명예예술감독 최태지, 대한항공 기장 황연정, 쇼호스트 유난희, 바둑기사 한해원, 배우 홍은희 신은정 박은혜, 국회의원 신의진, 농구코치 전주원, SM C&C 대표 송경애, 환기미술관 설립자 김향안 등이 엄마로 살아온 얘기를 들려준다.

박경림은 서문에서 “그들은 모두 자신의 꿈을 소중히 간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면서도 자신의 꿈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멋진 엄마, 아름다운 아내들이었다”며 “우리 사회가, 우리 모두가 엄마들이 꿈꿀 수 있도록 우리의 엄마들을, 이 땅의 엄마들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썼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