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학기 시작을 3월이 아닌 9월에 하는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9월 신학기제는 김영삼정부 때인 1997년 6월 처음 제안된 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2월에도 논의된 적이 있다. 하지만 학제 개편에 따른 혼란과 막대한 비용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우리나라에서 9월 신학기제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광복 이후인 1946년부터 3년여 동안 일제 청산을 위해 가을학기제가 도입됐으나 1949년부터 현재의 봄학기제로 돌아갔다.
정부가 가을학기제 도입의 필요성으로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학제의 국제 통용성이다. 교원, 학생 등 인적자원의 국내외 교류가 활발한 상황에서 주요국 대부분이 시행하는 가을학기제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는 얘기다. 봄에 1학기를 시작하는 국가는 한국(3월초)과 일본(4월초) 외에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현재 10만여명 수준인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이 더 늘어나 국제 인력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다. 또 여름방학에는 교원 인사,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 및 해외 인턴십 등을 진행하고 추운 날씨로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겨울에는 교실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제도의 장점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가을학기제를 시행하려면 교육계뿐 아니라 경제, 문화 등 다른 분야의 시스템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수능은 물론 기업의 채용 시기, 공무원 시험 등도 졸업 시기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 여름방학이 길어질 경우 해외 어학연수나 해외 캠프 등 고액의 사교육이 활성화돼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9월 신학기제 도입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60년 넘게 이어온 기존 학제 시스템을 바꾸려는 시도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광범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모든 논의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학기를 한 해에 1개월씩 단계적으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사설] 9월 신학기제 도입 조율만 잘 하면 못할 것 없다
입력 2014-12-23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