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현대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 ‘세기의 눈’ ‘사진의 톨스토이’ ‘사진미학의 교과서’. 살아 있을 때는 신화였고 죽어서는 사진역사의 전설로 회자되는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사진)에 쏟아지는 찬사들이다.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10주기를 기념하는 대규모 회고전 ‘영원한 풍경’에 관람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에서 개막된 전시에는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관람객들이 찾아 보름 만에 1만명을 돌파했다. 예술사진 전시에 일주일 동안 5000명 넘게 관람한 사례는 많지 않다. 사진애호가와 일반 관람객, 젊은층과 중장년층 구분 없이 사진미학 거장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려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 3월 1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는 1931년부터 1998년까지 브레송이 생전에 제작한 오리지널 프린트 작품 259점을 선보인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대거 포함됐다. 전시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과 매그넘이 주최한다. 2005년과 2012년 등 브레송 전시가 국내 몇 차례 열렸지만 지금까지 전시 중 최대 규모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1931년부터 1947년까지의 초기 작품으로 이뤄진 ‘거장의 탄생’에서는 ‘생 라자르 역 뒤에서, 파리’(1932) 등 카메라를 움켜쥐자마자 찍은 작품들이 나왔다. ‘영원한 풍경’에는 ‘프랑스 브리’(1968)를 비롯해 도시 풍경 작품이 출품됐다. ‘순간의 영원성’에는 ‘화가 앙리 마티스’(1944) 등 20세기 최고 거장들의 초상을 담아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영원을 밝혀준 바로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이다.” 2004년 8월 3일 세상을 떠난 브레송의 묘비에 새겨진 명언이다. 브레송의 작품은 ‘내면의 침묵-영혼의 시선으로 찍은 영원한 풍경’으로 요약된다. 그가 평생 카메라에 담았던 작품을 통해 명상의 시간을 갖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생동감 넘치는 ‘찰나의 순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800년대 발명 초기 카메라와 1900년대 초소형 스파이 카메라 등 시대적 변천을 살펴볼 수 있는 카메라 70여점도 함께 전시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따라하기’ ‘찰나의 순간 따라잡기’ ‘전시 홈페이지에 관람 후기 올리기’ 등 관람객 체험 이벤트도 다양하게 마련된다. 관람료 일반 1만2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7000원(02-735-423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사진미학의 거장 브레송 회고전 ‘관객몰이’
입력 2014-12-23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