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투수놀음’이라면 배구는 ‘세터놀음’이다. 세터가 승부의 키를 쥐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9월 실시된 신인 드래프트에서 7개 남자팀 가운데 4개팀이 세터를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 공격수나 리베로를 먼저 선택했던 예년과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만큼 감독들이 기존 세터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세터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신인이 주전으로 자리잡기가 매우 힘들다. 오랜 기간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이 필요하다. 그런데 올 시즌 프로배구에서 유독 신인 세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매년 세터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LIG손해보험도 191㎝의 장신 신인 노재욱의 등장으로 오랜만에 웃었다.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세터 가운데 1순위로 입단한 노재욱은 21일 현대캐피탈과의 천안원정경기에서 팀이 3대 2로 이기는데 수훈을 세웠다. LIG손보가 천안원정에서 10년간 당한 26전전패의 악몽을 씻게 한 5세트 지휘자가 노재욱이었다. 선배 세터 이효동과 번갈아 기용됐던 노재욱은 5세트에서 현대캐피탈 노장 세터 최태웅과 맞대결을 펼치면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 토스워크로 문용관 감독의 눈에 들었다.
앞서 가장 먼저 신인 세터를 주전으로 내세운 팀은 대한항공이었다. 김종민 감독은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뽑은 황승빈을 선발로, 위기의 순간에는 경험 많은 강민웅을 투입하며 올 시즌을 치르고 있다. 주전 세터 한선수의 입대로 인해 지난 시즌 무려 5명의 세터를 번갈아 쓰면서도 주전을 발굴하지 못한 대한항공으로서는 황승빈의 등장이 반갑다. 낮고 빠른 토스를 구사하는 황승빈은 특히 주포 산체스(쿠바)와의 호흡이 잘 맞는다.
‘세터 왕국’ 현대캐피탈은 뜻밖에도 신인 세터 이승원에게 지휘를 맡겼다. 베테랑 최태웅의 부상과 권영민의 부진이 이어지자 김호철 감독은 이승원을 선발로 내보내는 경기가 잦아졌다. 1라운드 6순위로 입단한 이승원은 세터 출신 김 감독의 집중지도로 교체 외국인 선수 케빈과 절묘한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22일 현재 이승원은 현대캐피탈이 치른 17경기 중 16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세터놀음’ 배구… 신인들이 뜬다
입력 2014-12-23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