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병원 최수봉(62·당뇨병센터 소장) 박사는 오늘도 국내 500여만명의 당뇨병 환자들에게 “당뇨병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며 얼마든지 완치도 가능하다”고 외친다.
경기고와 서울의대 및 대학원에서 내분비 및 대사학을 전공한 최 박사는 세계 최초로 인슐린펌프를 만든 개발자이다. 처음엔 의사로서 당뇨분야 치료에 몰입하다 보니 기존 치료법을 넘어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함으로 이 기계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1979년 28세의 나이에 인슐린을 정상적으로 공급하는 인공췌장인 인슐린펌프를 개발한 것이다.
인슐린펌프가 첫 선을 보인지 35년이 지난 현재 12번 모델이 바뀌며 놀라운 기계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리모트컨트롤로 손쉽게 자동주입이 되는 것은 물론 수시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고 적정 인슐린 계산 기능 등 유비쿼터스 시스템 작동이 가능해졌다.
“이 인슐린펌프(다나)가 수출되는 세계 66개국 의료진과 학술교류를 하며 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그 효과에 놀라워하며 개발자인 저의 강의를 듣고자 하지만 일일이 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최 교수는 아내 염윤희 집사와 음성의 작은 개척교회를 섬기며 이웃사랑과 의료선교, 교회개척 등에 열심을 내고 있다. 그의 조부(최창동 장로)와 부친(최현 집사)도 의사였고 자신과 아들(최형진)도 의사여서 집안 4대가 의사이다. 특히 그의 조부는 함평 나산교회를 설립했고 증조모 김필례 씨는 정신여고 설립에 참여한 신여성으로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이런 가족 배경을 가진 최 박사가 최근 한 잡지를 통해 포사이트 선교사(1873-1918)의 영향을 받아 목회자가 된 최흥종(1880-1966) 목사가 집안 어른이라는 사실을 알고 선교에 더큰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제가 후원한 한 복지시설의 방 이름을 포사이트선교사 룸으로 하기로 했고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인도지역 선교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교적 마인드로 당뇨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인슐린펌프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게 하고, 복음을 함께 전해 영적인 건강함도 주고 싶습니다.”
최 박사는 현재 대부분의 당뇨치료가 혈당정상화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다. 손쉽게 포도당의 원인이 되는 음식 섭취를 줄이거나 췌장 인슐린 분비세포를 자극하는 먹는 약 처방, 혹은 당뇨의 근본적 원인과는 상관없이 다른 기전에 영향을 주는 약품을 처방하는 방법으로는 당뇨를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포도당이 핏속에 흡수하게 돼 온 몸에 에너지원으로 운반됩니다. 이때 핏속에 있는 인슐린에 의해 포도당이 생명현상의 주역인 세포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뇨병은 인슐린 부족으로 포도당이 신체의 세포, 조직, 기관으로 들어가 쓰이지 못하고 혈액 속에 남아 있어 고혈당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것보다 정상인과 같은 인슐린 분비 패턴을 맞춰주어 정상적인 대사과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박사의 인슐린펌프 치료는 잘 먹으면서 혈당도 정상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다르다. 특히 원인을 치료하기 때문에 췌장의 기능을 회복시켜주어 당뇨병 완치까지 가능하다.
제43차 유럽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인슐린펌프 치료로 감소되었던 췌장의 인슐린분비 기능의 증가’ 논문을 보면 인슐린펌프 치료결과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능인 혈청 C-peptide가 5.97ng/ml에서 1년 후에 6.64ng/ml, 4년 후에는 7.46ng/ml 증가하며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당화혈색소도 7.44%에서 1년 후 5.963%, 4년 후에 5.6%로 혈당이 단기간에 정상화되고 장기간 즉 4년 후까지도 계속해서 정상화되는 것을 발표한 바 있다.
“사람들은 인슐린펌프를 거대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슐린펌프는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쓰는 것처럼 간단하게 주머니나 옷에 인슐린펌프를 넣고 자신의 상태에 따라 인슐린 주입량을 달리해 넣는 것입니다. 이때 복부 피부에 아주 작은 미세한 바늘을 꼽으면 되기 때문에 어린 아이도 쉽게 착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최흥종 목사의 삶과 또 그를 변화시킨 포사이트선교사의 삶을 통해 진정한 의사로서의 길이 무엇인가를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는 최수봉 박사. “인슐린펌프의 발명은 전 세계 수많은 당뇨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노벨상감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올해도 내가 회장으로 있는 세계 당뇨병 인슐린 펌프학회가 지난 9월25-27일 불가리아에서 열려 300여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늘 “당뇨병 환자에게 기쁨을 선사하자”고 큰 소리로 외친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당뇨 환자들이 고통당하고 이로 인해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보아왔기에 이를 고쳐주고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명이라 믿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목·금요일은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화·수요일은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만날 수 있다.(www.dangin.co.kr·02-2030-5088,043-845-2129).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인슐린펌프 개발 건국대학병원 최수봉 박사 “인슐린펌프 12번 업그레이드… 당뇨병 완치 가능합니다”
입력 2014-12-23 03:05 수정 2014-12-23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