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순향] 군 성범죄 대책 UN서 배우자

입력 2014-12-23 02:20

지난 1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권의 날’이다. 1948년 유엔 총회결의 217호에 의거 채택한 ‘세계인권선언문’을 기념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날이다. 유엔은 또 헌장을 통해 유엔 창설 목적을 전 인류의 인권 향상에 두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행보는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유엔이 지난 30여년간 평화유지 요원에 의한 해당국 여성의 성 관련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펼친 정책들을 살펴봄으로써 군내 발생하고 있는 성 관련 위반 사고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도 인권 차원에서 큰 뜻이 있다고 본다.

유엔은 1946년 제정된 ‘유엔의 특권과 면제에 관한 협약’을 통해 유엔 요원의 임무수행간 형사소추를 면제하고 이들의 다양한 특권을 인정했다. 이러한 특권으로 평화유지 요원의 해당국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 및 착취에 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이로 인해 1990년 보스니아 코소보 모잠비크 캄보디아 동티모르 등에서 많은 여성이 평화유지 요원의 성적 착취 대상이 됐다.

1998년 평화유지활동국은 ‘평화유지 요원이 지켜야 할 10가지 원칙’과 ‘우리는 유엔의 평화유지 요원이다’라는 2개의 문서를 발간, 여성에 대한 성 관련 사고 예방과 엄정한 기강 확립을 위해 평화유지 요원이 상시 휴대하며 기억할 것을 강조했다. 2003년에는 ‘성적 착취 및 성적 학대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특별조치에 관한 사무총장 고시’(2003 bulletin)를 통해 평화유지 요원의 성적 착취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2004년 콩고에서의 평화유지 요원에 의한 심각한 여성폭력을 기점으로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요르단의 자이드 왕자로 하여금 평화유지임무단 내 성폭력 실태를 조사하게 했고 자이드 왕자의 보고서는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평화유지 요원의 성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 policy)을 시행해 유엔 요원으로서의 자격 상실과 본국 송환을 결정하게 되었다.

유엔은 또한 2007년 행동규율과(CDU·conduct and discipline unit)를 창설해 임무단 지역 내 평화유지 요원의 성 관련 및 각종 비행을 예방하고 위반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개선 방향에 대한 임무,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평화유지 요원에 의한 성 관련 사고의 원인이 평화유지 요원과 해당국 여성의 권력 불균형과 평화유지 요원 대부분이 남성으로 조직 내 형성된 남성중심문화로 인해 외부 비난으로부터 내부 구성원을 보호하고자 하는 온정적 처리로 성 관련 사고를 더욱 더 조장했다는 강한 비판과 반성이 일게 되었다.

이에 따라 평화유지임무단 내 여성 비율을 늘리고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장려해 1993년 평화유지단 내 1%였던 여성의 비율을 2012년 3%, 여성 경찰은 10%로 증가시켰다. 그 비율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동안 1명 내외로 유지했던 사무총장 특별대사(SRSG)도 2014년 현재 17개 임무단 중 6명이 여성으로 보직되었으며 2014년 5월에는 사이프러스 사령관으로 노르웨이 여군 소장을 임명해 최초의 평화유지임무단 여성 사령관이 탄생됐다. 이러한 노력으로 평화유지활동(PKO)간 여성 폭력은 2007년 107건에서 2014년 2건으로 현저히 줄었다고 유엔 CDU는 발표했다.

유엔이 평화유지임무단 내 성 관련 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데 25년이 걸렸다. 무엇보다 해당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유엔 조직 기반을 위태롭게 한다는 위기의식을 기반으로 성폭력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기초로 모든 평화유지 요원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과 이를 위반할 시 단호한 처벌 그리고 부단한 개선책을 통해 전 인류의 인권을 고양시키는 평화유지 요원의 위상을 되찾게 되었다. 우리 군에 유엔은 성 관련 사고예방의 또 다른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박순향 국방대 PKO 센터 전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