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수영 (5) 눈 감은 죄인, 주님 말씀으로 눈 뜬 죄인이 되다

입력 2014-12-23 02:51
연세대의과대 재학시절 무의촌 의료 봉사활동을 마친 뒤 감사장을 받는 정수영 박사.

나는 때로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처럼 굴었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의 말씀은 나의 죄 된 습성을 보게 하였고 그것을 고치는 능력이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은 ‘눈 감은 죄인’이던 나를 ‘눈 뜬 죄인’이 되게 해줬다. 성경 말씀은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구축해 온 경험과 교육, 관습과 생각이 한탄과 편견에 지나지 않음을 일깨웠다. 그리고 먼저 나의 세계관이 변하지 않는 한 나는 참된 크리스천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30여년을 같이한 그것은 여리고성처럼 단단했다.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영과 골수를 쪼개며’ 담을 헐기 시작했다.

“자녀들아 너희는 하나님께 속하였고 또 그들을 이기었나니 이는 너의 안에 계신 이가 세상에 있는 자보다 크심이라.”(요일 4:4)

이 말씀이 내 삶에서 역사하기 시작했다. 내 속에 있는 죄는 어떤 관념이나 지식이 아니라 능력을 가진 생물처럼 나를 요동케 했다. 더구나 그것을 다스리는 배후가 있음도 알았다. 나는 말씀을 읽을 때마다 이 배후의 정체가 드러나고 무너지고 깨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고 무엇보다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우선할 일은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는 것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너희가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죄 없이 함을 받으라 이같이 하면 새롭게 되는 날이 주 앞으로부터 이를 것이요.”(행 3:19)

말씀이 하실 일이 있고 내가 할 일이 있다. 나는 사탄이 놓아 둔 세상과 연결된 다리를 과감히 자르고 가던 길을 돌아서야 주님 앞에 이를 것이다. 1주일에 두 번 교회에 나가 말씀을 듣는 것으로는 나의 갈급함을 해소할 수 없었다. 이제 경우 말씀이 믿어졌으면서 성경 전체의 주제를 하루 속히 알고 싶어 안달이 났다. 성경은 누구를 위해 어떤 주제로 씌어진 것인지 알고 싶었다.

어느 날 어떤 분이 설교 테이프 묶음을 내게 주었다. 한국에서 유명한 목사님의 강해설교 테이프였다. 나는 그것을 받자마다 단숨에 다 들었고 이후 소위 한국 교계의 40대 기수라고 일컬어지는 목사님들의 강해설교를 구해 들었다. 몇 개월 동안 집중해서 말씀을 듣고 성경을 읽고 했더니 마침내 성경을 보는 눈이 생겼다.

성경의 주제는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예수님’이었다. 성경 어디를 보나 가리키는 한 곳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탄생과 십자가에 죽으심과 부활, 재림에 관한 얘기’였다. 그리고 이것은 죽음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였다.

세상은 성경을 도덕책으로 끌어내리고는 크리스천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성경은 ‘성자면 뭐 하나. 죽은 자인 것을’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일단 살고 봐야 도덕성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피하기 위해 도덕성을 들고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도덕성으로 말할 것 같으면 기독교만큼 높은 도덕적 헌신을 요구하는 종교가 있을까? 세상의 어떤 종교가 “이 뺨을 치는 자에게 저 뺨도 돌려대며”, “일흔 번을 일흔 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하라”고 가르치는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죽은 자”라고 성경은 증거하고 있다. 세상에는 걸어다니는 죽은 자가 많다는 의미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롬 3:10)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 하였더라.”(행 4:12)

어떤 인간도 의인이 아니며, 오로지 예수님을 통해서만 의인이 될 수 있고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을 가질 수 있다는 말씀이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나를 철저하게 훈련하셨다. 그리고 이 훈련은 예수님께서 오시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빌 1:6)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