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웃는 해커, 原電도면 또 공개

입력 2014-12-22 04:58 수정 2014-12-22 09:22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설계도면 등 내부 유출 문서가 네 번째로 인터넷에 공개됐다. 검찰은 원전 도면을 유출·공개한 데 쓰인 것으로 의심되는 IP가 국내에서 접속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추적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긴급 대응반을 꾸려 수습에 나섰지만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한수원 전산망을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원전반대그룹(Who am I)’은 19일 오전 1시32분 트위터를 통해 고리 2호기 관련 내부 문서 등을 4개 파일을 공개했다. 파일 내용은 고리 1·2호기 공기조화계통 도면 등 5장, 월성 3·4호기 최종안전성 분석보고서 목차 7장, 미국에서 만든 노심 설계용 공개 프로그램인 MCNP Ver5 사용설명서 및 SW 목차, 일본에서 개발한 핵종량 계산 프로그램인 BURN4다.

자신을 ‘원전반대그룹 회장 미핵’이라고 밝힌 인물은 “원전 수출하고 싶다는 니들이 기밀 아니라고 하는 주요 설계도면 10만장을 추가 공개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크리스마스까지 원전 가동 중단하고 이후에 뉴욕이나 서울서 면담하자. 내 안전 보장해주고 돈도 부담하셔야 될 거다”라고 덧붙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추가 공개된 4개의 문서는 내부 문서는 맞지만 기밀에 속할 정도로 중요한 문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이날 자료 유출·공개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IP가 지방 모처에서 접속한 사실을 확인, 현지에 수사관들을 급파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유출 용의자를 쫓는 동시에 정확한 유출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범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IP를 통해 ‘좀비PC’가 가동된 흔적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좀비PC는 악성코드로 감염시켜 원격조종하는 컴퓨터를 말한다. 합수단은 단순 해킹이나 종북 세력 및 북한의 소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19일 사이버 위기 ‘관심’ 경보를 발령했다. 한수원은 22∼23일 울진(한울원전), 영광(한빛원전) 등 4개 본부의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모의 훈련을 추진키로 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이경원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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