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자의 호갱탈출] 디자인 베껴 만들고도 으쓱이는 브랜드 아웃도어… 소비자 마음도 훔치려나

입력 2014-12-22 02:07
밀레, 스파오, 어네이티브 등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들이 파타고니아 ‘레트로-X’ 디자인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했다. 파타고니아 제품(위)과 유사한 제품들(아래).

#박하나(가명·30)씨는 아웃도어 브랜드 숍에서 마음에 드는 재킷을 샀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왜 짝퉁을 입고 있냐’는 것이었다. 이후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정말 해외 유명 브랜드와 거의 흡사한 디자인이었다. 박씨는 “브랜드라 믿고 샀는데 그동안 카피 디자인 제품을 입고 다녔다”며 분노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클래식 ‘레트로-X 재킷’은 창립자 이본 쉬나드 회장의 아이디어로 1980년대 만들어진 재킷입니다. 암벽 등반이나 베이스캠프로 이동 중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라 겉감과 안감 사이에 방풍투습 멤브레인을 사용한 3레이어 구조에다 원활한 움직임을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지요. 첫 출시이후 전체적인 디자인은 유지한 채 기능만 개선을 거듭한 파타고니아 대표 제품입니다.

그런데 파타고니아 측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밀레, 스파오, 어네이티브에서 매우 흡사한 디자인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먼저 2011년 캐주얼 브랜드 커버낫과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가 협업으로 출시한 ‘커버낫 X 밀레 리버시블 베스트’를 볼까요? 거의 흡사한 컬러의 플리스 소재를 사용했고 전면의 오각형 포켓이나 지퍼 위치도 매우 비슷합니다. 또 목과 암홀(팔을 빼는 구멍)부분에 포켓과 같은 색상으로 컬러 배색을 한 것도 동일하구요. 로고만 가린다면 언뜻 제품을 구분하기 어렵지요. 파타고니아 마니아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유사 디자인으로 꼽힌답니다.

SPA 브랜드 스파오에서 올해 출시한 ‘덤블 마운틴 재킷’ 아이보리 색상은 포켓 모양에 조금 변형을 줬습니다. 하지만 가슴에 위치한 절개선 등 전체적인 디자인이 비슷합니다. 어네이티브의 ‘플리스 베스트’는 카피 수준입니다. 포켓 디자인, 목과 암홀 부분 색상 포인트, 가슴과 부분 절개선까지도 똑같다고 할 수 있죠.

물론 이들 제품들이 소재와 색상, 디테일까지 100% 똑같지는 않다고 해도 누가 봐도 한눈에 파타고니아의 ‘레트로-X 재킷’ 디자인을 따라한 제품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파타고니아 측은 “디자인은 쉽게 흉내 내도 용도에 맞게 제작된 기술력과 내구력은 결코 따라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겉모양만 그럴싸하게 베낀 영혼 없는 제품들, 소비자들을 잠깐 속일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소비자들은 외면으로 답하겠지요.

김 난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