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만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대화의 장’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내년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을 토대로 기념식 참석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여러 가지 외교적 함의가 있는 행사인 만큼 참석 여부를 금명간 결정하긴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외교적 함의란 김 제1비서의 참석 여부, 서방국의 러시아 제재 상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푸틴 대통령은 청와대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다. 이후 외교부는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답방’ 시기를 조율해 왔다. 그러나 미국·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대러시아 제재가 한창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을 결정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여기에 김 제1비서 참석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김 제1비서의 참석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지난달 북한은 ‘김정은 특사’로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러시아에 파견, 김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을 조율한 바 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를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의 첫 다자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박 대통령과 김 제1비서가 자연스럽게 ‘조우’하는 방식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는 적절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남·북·러 3각 물류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남북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좋은 연결고리가 됨직하다.
그러나 남북이 내년 5월 이전에 고위급 접촉을 재개할 수도 있는 만큼 남북 정상 간 만남을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이슈분석] 남북정상 모스크바서 만날까
입력 2014-12-22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