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의 전란을 피해 우리나라로 향하는 난민들의 발걸음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심사요건과 절차로 인해 실제 난민으로 인정되는 비율은 높지 않다. 보다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심사와 인도적 수용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UNHCR은 2014년 상반기 결산 보고서에서 “한국이 1000여건으로 역대 최다 난민 신청을 받았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적은 수치”라고 언급했다. 법무부가 밝힌 국내 난민 현황(2014년 5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난민 신청자 수는 총 8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난민 신청자 수 1574명의 50%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특히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별도 제정한 ‘난민법’을 시행한 이후 올 상반기까지 1863명이 난민 신청을 마쳐 지난 20년간 누적된 총계 7443명의 25%에 달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심사 대기인원 중 최다 국적은 시리아 신청자다. 또한 신청 사유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종교적 갈등이 극단적으로 비화되고 있는 최근의 추세와 시리아 내전, IS 사태의 심각성이 국내 난민 신청 현황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국내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인원은 12명뿐이다. 인도적 지위 부여에 의한 체류 인원까지 합쳐도 104명으로 전체 신청자 수의 13%에 불과하다. 특히 최악의 내전으로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시리아 난민은 한명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 지난 12일에는 광주 출입국사무소장을 상대로 한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시리아인 원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난민들이 자국을 오가며 정치·종교적 박해를 입증할 자료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당 국가가 처한 상황과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보다 폭넓은 ‘인도적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난민 신청자들의 처우 문제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난민법에 따라 정부는 난민 신청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해줄 수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전체 신청자의 10%(2013년 기준) 정도만이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방 출입국사무소에 난민 심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해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그에 따라 전문성과 인권에 대한 고려가 미흡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건희 기자
난민 신청 가파르게 느는데… 인정 인원은 소수
입력 2014-12-23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