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 말고도 하는 게 많겠지만, ‘이것’을 빼 놓는다면 많은 소비자들이 섭섭해 할 것 같습니다. 바로 패션·유통업체들의 ‘SEASON OFF’ 행사입니다.
어차피 올해 팔지 못하면 재고가 빚이 될 수도 있으니, 해가 넘어가기 전에 저렴하게라도 팔아야 하죠. 그래서 유통업체들이 12월 중순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할인 행사를 하는 이유기도 한데요.
올해는 약간 특이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패션업계의 경우 유난히도 따뜻한 11월의 날씨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할인 행사를 당초보다 보름 앞당겨서 진행을 했습니다.
갑자기 백화점 할인 마트 등에서 인기 상품인 패딩과 겨울잠바 등을 70%까지 할인하는 행사를 했고, 100만원짜리 패딩을 10만원에 파는 곳까지 생겨났지요.
11월 봄날 같은 날씨가 패션 업계에는 매출급감으로 이어졌고, 가장 판매량이 많아야할 11월에 쓰디쓴 맛을 본 업체들은 그야말로 “이 때 못 팔면 끝장”이라는 심정으로 대규모 할인 카드를 소비자들에게 던진 것이죠.
당시 롯데백화점은 패딩 상품군의 소진율이 전년 11월 말보다 30%가량 줄어들어, 미리 준비한 물량이 전부 재고로 남을 처지였습니다. 눈치보고 있던 이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래서 총 500여개 대표 겨울패션 상품을 최대 30%할인하기도 했지요. 요즘 말(?) 많은 홈플러스는 아예 패딩 1만장을 12월 한 달 동안 9만9000원에서 29만9000원까지 가격대로 선보이기도 했고요.
결과는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마침 할인행사를 예고하던 지난 3일을 기점으로 전국에 한파 주의보가 내린 것이지요. 한파 소식에 당시 이마트는 하루 매출만 30% 신장했다고 합니다. 소 뒷걸음질치다 얻어 걸린 셈입니다.
하지만 허연 속살을 다 보여줘서 좀 민망합니다. 11월에 옷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호갱(호구+고객)’ 아닌 호갱이 됐기 때문이지요. 제값 준 소비자들만 억울하다는 이 분위기, 어떻게 할 건가요?
아무리 유통·패션업계가 천수답(天水畓·벼농사를 빗물에 의존하는 논)식 영업형태를 띄고 있다지만, 공교롭게도 따뜻한 날씨에 놀란 가슴은 40-50만원짜리 패딩의 마진을 할인율로 공개하게 됐네요.
소비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 제가 다 낯부끄럽습니다!
조규봉 쿠키뉴스 기자 ckb@kukimedia.co.kr
[봉기자의 호시탐탐] 보름 앞당긴 연말 땡처리… 제 값에 산 소비자만 골탕
입력 2014-12-22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