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여느 해보다도 뜨거운 ‘노사 분쟁’이 예고됐던 한 해다. 지난해 말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을 계기로 시작된 임금체계 단순화 문제, 근로시간 단축 문제, 2년 앞으로 다가온 정년 연장 문제 등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여느 때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월 하순인 이 시점까지 해결된 문제는 없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비정상적 격차를 해소한다며 정규직의 과보호를 줄이는 방향의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고 나서 논란만 키우고 있다.
◇편법적 장기 근로 관행 해결 의지 있나=올해 고용노동부의 핵심 과제인 근로시간 단축은 국회 논의 단계에서 멈춰 있다. 편법적인 장기 근로 관행의 주범으로 꼽혀 온 포괄임금제 개선 작업도 진전이 없다. 정부가 포괄임금제 전면 금지 시 생길 기업 부담 등을 고려한 대안을 함께 추진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21일 “포괄임금제 적용 범위를 제한적으로 정해주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며 “법적으로 인정되는 ‘재량근로제’ 적용 범위를 어느 정도 넓혀주는 시행령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원급 사무직 등에 대해서까지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포괄임금제는 이미 법원 판례에서도 인정되지 않는 불법적 행태라는 지적이 높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반 기업의 관리직이 아닌 사원급 사무직에 대해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것은 법원 판례에서도 인정되지 않는 만큼 당장 단속하고 정리해야 무의미한 소송을 자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량근로제 확대와 관련, “근로자가 근무 형태를 정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갈등도 갈 길 멀어=정부는 지난 1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부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지침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갈등 중 가장 첨예한 ‘신의칙’과 관련, “노사 합의의 유효기간까지는 신의칙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사실상 소급 적용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지침은 법적 효력도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해 사업장별로 제기되는 법적 분쟁을 가라앉히는 데 역부족이었다.
정부도 법적 효력 있는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소급 적용의 문제, 상여금의 정기성 문제 등에 대한 노사 간 이견이 너무 커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과보호’ 들고 나선 정부, “논의 어렵게 만들어”=정부는 경제발전사회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를 통해 노사 간 합의점을 찾을 계획이지만 특위 논의는 순탄치 않다. 지난 19일 열린 노사정위특위는 큰 틀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합의하는 데도 실패했다. 연내 큰 방향 합의를 한다 해도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세부 과제 논의는 그때부터 겨우 시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등의 언급을 들고 나와 오히려 노사정 대화에 ‘갈등’ 수위를 높인 탓이 크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정부는 노동 문제 개혁 관련 하나도 한 게 없으면서 이를 들여다보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정부 관계자도 “정부가 해고요건 완화 등을 언급하면서 플레이어로 나선 순간부터 될 일도 안 되게 됐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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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22 02:40 수정 2014-12-22 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