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은 걸었다. 할 때까지 안 나간다. 내년에 다시 하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기자단과의 송년 세미나에서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답했다. 그동안 신 위원장이 “직을 걸고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과는 화법에 차이가 있다.
신 위원장이 “우리은행 민영화는 직을 걸고 하겠다”고 밝힌 건 지난해 4월이다. 전달 취임한 후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그는 “정권 초기에 해야지 후반기로 갈수록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이명박정부 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우리금융지주 쪼개기 전략을 썼고, 우리투자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와 경남·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을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30%)은 복수입찰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불발됐다. 당시 정부가 무리하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직을 건다’는 말은 ‘배수(背水)의 진’을 친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신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후퇴의 여지를 남겨놓은 인상을 준다. 물론 그는 민영화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우리금융도 지방은행과 증권 팔 때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마지막 마무리가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올 초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출 자료가 유통 전 압수돼 2차 피해는 없다”고 강변하다가 이후 씨티은행에서 유출된 정보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것으로 밝혀지자 “부적절한 발언이었지만 사태 수습이 먼저”라며 물러섰다.
앞서 신 위원장의 변명과 말바꿈은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민영화 실패 책임을 지고 연임 도전을 접은 것과 대조된다. 금융 당국 수장의 말 무게가 가벼우면 당국의 ‘영(令)’이 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관가 뒷談] 직을 건다더니… 말 바꾼 신제윤
입력 2014-12-22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