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현아 사태로 인한 반기업 정서 확산 경계를

입력 2014-12-22 02:50
‘땅콩 회항’의 당사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불가피하다. 사건 발생 이후 드러난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일부 임직원들의 행태는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고 엉뚱한 해명과 은폐에 급급했던 대응 방식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국토교통부의 허술한 조사를 둘러싼 비난이 잇따르면서 이제 여론의 관심은 검찰 수사 결과에 쏠려 있다.

이번 사건은 가진 자들의 갑질이 어느 정도까지 광포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입증했다. 을의 인격권까지 말살할 수 있다는 천민자본주의의 천박함을 그대로 나타냈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않다는 사실에 우리는 다시 한번 좌절했다.

오늘날 우리 기업들이 이만큼 성장한 데는 조직 구성원들의 분투 못지않게 정부와 국민들의 지원과 성원이 밑거름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사회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기대에 부응하기보다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민들의 정서에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2014년 기업 및 경제 현안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9.3%가 반기업 정서가 높다고 응답했다. 또 반기업 정서의 구체적 원인으로 51%가 기업주들의 탈법과 편법을 문제 삼았다. 기업과 기업주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어떤지를 구체적으로 나타냈다. 재계의 통렬한 성찰이 요구된다.

조현아 사태 이후 재계 전반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회사를 소유물로, 직원을 머슴으로 여기는 전근대적 기업관을 나타내는 곳이 대한항공 한 곳뿐이겠느냐는 여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그러나 조현아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분노와 반기업 정서는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 특정인과 특정 기업에 바탕을 둔 증오가 재계 일반을 향한 질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칫 우리 사회 특유의 진영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갑과 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노와 사의 반목으로 비화될 경우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이 든다는 점을 유념해야겠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척박한 대내외적 환경도 큰 걱정이다. 어느 때보다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에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지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 이는 기업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활동에 제약을 가져오는 등 부작용이 너무 크다. 결국 우리 경제에 걸림돌이 된다.

기업들도 노심초사하고 있어서만은 안 된다. 반기업 정서가 왜 퍼지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고칠 것은 과감히 바꿔야겠다. 기업 경영활동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외에도 재벌가 가족의 분쟁, 막말, 원정 출산, 병역 기피 등 각종 의혹들이 경영에 치명타를 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잣대는 갈수록 엄격해진다는 것을 기업주들은 분명히 인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