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집권 초 내걸었던 근로자의 근로·임금 여건 개선 약속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포괄임금제 폐지 등 장시간 근로 개선 정책은 제자리걸음이고, 고용 안정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오히려 해고 요건 완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단 한줄 언급되지 않았던 노동시장 유연화가 노동개혁 전면에 등장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초 140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경기변동 대비 고용 안정 노력 및 지원 강화’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해고회피 노력 인정 사유 명문화 등 경영상 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대선 공약집에는 ‘정리해고 전 업무 재조정 의무화 등 기업의 해고회피 노력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제도 관련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정부의 스탠스는 180도 바뀌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구조조정 등 고용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적극적인 고용 안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시장이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진단으로 바뀌었다. 고려대 김성희 교수는 21일 “저성장 국면을 이유로 정부의 노동개혁 마인드가 근로자보다는 기업 중심적으로 바뀌면서 고용시장 안정 정책이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장시간 근로 개선과 임금 상승 공약도 공수표다. 국회에 계류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고, 상용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6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정부가 구상 중인 포괄임금제 축소 방안도 ‘무늬만 개선’이라는 지적이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달 일정액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는 임금산정 방식이다. 대부분의 사무직에게 적용되는 이 임금제도는 약정된 시간외근로시간보다 더 일해도 추가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장시간 근로 관행과 임금 축소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정부는 이 포괄임금제를 대폭 축소하는 대신 재량근로제 업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량근로제는 업무 특성상 근로자가 얼마나 일했는지 사용자가 뚜렷이 알 수 없을 때 노사가 서로 합의해 일정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는 것으로 기자, 프로듀서 등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없는 포괄임금제를 정부가 재량근로제라는 법적 틀에 맞춰 양성화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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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22 02:16 수정 2014-12-22 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