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에 대한 해킹 공격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한 뒤 ‘비례적 대응’을 천명했다. 미국이 해킹 사건과 관련해 특정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공식으로 지목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북한이라고 단정할 명백한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연방수사국(FBI)은 북한 내 인프라와 관련된 몇 개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와 이번 공격에 사용된 악성소프트웨어 내장 IP 주소 사이에 교신이 이뤄진 점을 밝혀냈다. 또 이 수법은 북한이 지난해 3월 우리 금융기관과 언론사 등에 저질렀던 사이버 공격 수법과 매우 유사하다.
소니가 제작한 코미디 영화 ‘인터뷰’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암살을 소재로 4400만 달러(약 480억원)를 들여 만들어졌다. 북한으로서는 ‘최고 존엄’을 희화화하고 암살을 시도한다는 이 영화의 개봉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가 세계 최강국 미국임에도 해킹 공격을 실행에 옮겼다. 미국은 즉각 ‘눈에는 눈’ 방식의 보복 대응에 나섰다. 자존심을 구긴 미국으로서는 이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전 세계 테러범이나 해커들에게 ‘협박이 통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2008년 1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북한을 6년 만에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사이버 전력의 핵심인 기존 정찰총국 외에 2012년에는 전략사이버사령부를 추가로 조직해 사이버전 인력을 6000명까지 늘렸다. 해커 부대는 1200명을 넘어 규모 면에서는 미국을 앞지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7월 디도스 공격, 2011년 4월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지난해 3월 언론사와 금융사 전산망 공격의 배후도 북한으로 지목됐다.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해킹도 북한의 소행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이버 테러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미국이 최근 사이버 영토를 육·해·공·우주에 이은 ‘제5의 전장’으로 삼고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북한의 디도스 공격 이후 대남 심리전과 사이버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0년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다. 하지만 정치 댓글 의혹 사건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공격도 서슴지 않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비상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을 주도할 컨트롤타워를 더욱 확고히 구축하는 한편, 사이버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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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22 02:40 수정 2014-12-22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