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금 여건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월급쟁이들의 생활고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임금근로자들의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실질임금 증가율은 6분기 연속 뒷걸음질 중이다.
21일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3분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월평균 295만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4만8552원)보다 고작 2248원(0.08%) 증가했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2분기 3.4%를 기록한 이후 매 분기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11년엔 마이너스(-4.7%)를 기록한 바 있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3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실질임금은 근로자가 실제로 손에 쥐는 명목임금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것이다. 실질임금이 줄면 가계가 지갑을 닫아 소비가 늘지 않고, 이는 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 활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다. 취업자 수가 매달 40만∼50만명씩 늘고 있는데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모순이 나타나는 이유다.
근로자 전체 평균으로 보면 임금이 ‘찔끔’ 오르긴 했지만 상용직과 일용직을 따로 분리해 들여다보면 오히려 실질임금은 줄었다. 3분기 상용직 실질임금은 1인당 월평균 312만1213원으로 1년 전보다 5700원(-0.2%) 감소했고, 임시직은 125만44원으로 3만6506원(-2.8%) 줄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상용직과 임시직 각각의 실질임금이 줄더라도 상대적으로 월급이 많은 상용직 수가 늘면서 전체 평균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좀처럼 월급쟁이들의 임금이 늘지 않는 것은 기업들이 성과금이나 상여금 등 특별급여를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2분기 특별급여는 전년보다 10.7% 줄었고, 3분기에도 11.1%나 감소했다. 근로자들이 생산성을 올린 만큼의 대우를 못 받고 있는 것이다. 2008∼2013년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3.0% 증가했지만 이 기간 근로자 실질임금은 연평균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가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내놓았지만 실효성을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임금 수준이 낮은 시간제 근로자와 비정규직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 실질임금 증가율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취업자 수를 늘리는 데 매몰된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등 근로자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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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22 02:44 수정 2014-12-22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