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입맛을 훔쳐라”… 해외 韓食보급 팔 걷은 정부

입력 2014-12-23 03:02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공동 주최로 이탈리아 로마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지난해 10월 진행된 ‘해외 유명 호텔 셰프 한식 교육’ 사업에서 인터컨티넨탈 서울 방준식(오른쪽 두 번째)·전은총(오른쪽 세 번째) 셰프와 현지 셰프들이 같이 만든 한식을 맛보고 있다. aT센터 제공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총주방장 배한철 상무는 “현지 특급호텔 셰프들에게 한식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가장 효과적인 한식 세계화 사업으로 계속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aT센터 제공
중국 베이징 르네상스 베이징 캐피털 호텔에선 불고기와 LA갈비를 레스토랑은 물론 룸서비스로도 서빙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해산물 뷔페 때는 배추김치와 열무김치가 나온다.

상하이 르네상스 푸동 호텔에는 한식당 '스모키모토'가 있어 다양한 한식메뉴가 제공되고 있다. 홍콩 조키클럽에선 잡채 불고기 삼계탕 제육볶음 등이 정식메뉴로 사랑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메리어트 자카르타호텔에선 어묵볶음 닭볶음탕 김밥 등과 함께 배추김치 오이김치 깍두기 물김치 등 각종 김치가 제공된다. 이 호텔들을 포함해 5개국 8개 지역 14개 호텔에서 한식 메뉴 100여 가지가 인기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의 내로라하는 특급호텔에서 정식메뉴로 한식이 서빙되는 것은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해외 유명호텔 셰프 한식교육’ 사업 덕분이다. 농식품부와 aT는 2011년부터 한식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해외 유명호텔에 한국인 셰프를 파견, 현지 셰프를 대상으로 한식 조리실습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 오병석 외식산업진흥과장은 “한식세계화를 위해서 현지 조리사에게 한식조리법을 지속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아시아, 유럽 등지의 유명호텔 체인을 활용해 한식 교육 및 한식 메뉴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와 aT는 2012년 전 세계 4500여 호텔 체인망을 가진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IHG), 메리어트호텔 중국본부와 각각 MOU를 체결했다.

2010년 시범사업 때부터 참여해 온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총주방장 배한철 상무는 “음식 문화 전파는 최상류층에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호텔에서 한식을 소개하는 것은 한식 세계화에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배 상무는 “특히 현지 특급호텔 셰프를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이어서 그 효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한식 프로모션은 한국 셰프들이 파견돼 있는 1∼2주 동안만 진행되고 중단되기 때문에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현지 셰프들에게 한식을 교육하면 한국 셰프들이 철수한 뒤에도 한식 메뉴가 계속 서빙될 수 있다.

베이징 르네상스 캐피탈 호텔 마케팅부 시니어세일즈 매니저 최안나씨는 “현지 셰프들이 한국 셰프들에게 한식을 배워 제대로 된 한식을 제공하자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고, 그 결과 한식 메뉴가 정식 메뉴가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메리어트 자카르타 호텔에서 현지 셰프 교육을 맡았던 JW 메리어트 서울 더 카페 황종민 수석셰프는 “현지 셰프 교육과 함께 각국 대사관 부인 등을 대상으로 한 쿠킹 클래스, 현지 언론매체·VIP 초청 행사 등을 통해 오피리언 리더들에게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황 수석셰프는 “쿠킹클래스가 기자회견장이 될 만큼 현지 언론의 관심이 커서 놀랐다”면서 한식에 대한 홍보 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이뤄졌다고 되돌아봤다.

중국과 동남아 중심으로 진행됐던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는 유럽 특히 영국 런던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배 상무는 “세계에서 가장 손꼽히는 프랑스 식당과 가장 맛있는 이탈리아 식당이 있는 곳이 바로 런던”이라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21세기 요리문화가 시작되는 런던에서 제대로 된 한식이 소개돼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자연건강식으로 알려진 한식은 특히 기름진 요리에 질린 중국계 부유층들이 즐겨 찾고 있다고.

aT 김재수 사장은 “내년에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참여했던 42개 호텔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하고, 신규 참여호텔을 발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교육은 각 호텔에서 제공되는 한식 메뉴의 변질 여부를 살펴보고 변형된 맛을 바로잡는 데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신규 호텔들은 오세아니아·남미·중동 등 새로운 지역을 중심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세계 특급호텔에 한식메뉴가 확산되면 그만큼 한식의 인지도나 선호도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식메뉴 채택에 이어 전통주 등 한식 식재료의 신규 입점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